[문화] 12일부터 첫콘서트 여는 소리꾼 김용우
기사입력 2000년 01월 06일 14시 38분
87년인가 보다.
충남 예산으로 농활을 갔다.
쾌활한 성품과 왁자한 말솜씨 덕분에 오락반장을 도맡아 했다.
분위기를 좀 띄웠더니 어느 할아버지 한분이 흥얼흥얼.
처음엔 몰랐는데 듣자하니 낯설다.
어라, 우리노래 레퍼토리라면 자신있었는데 생소한 가락이라니!
소리꾼 김용우(32)가 처음 토속민요를 만난 순간, 서울대 국악과 2학년때였다.
그리고 토속민요 채집에 나섰다.
7년동안 우리땅 어디든 발바닥이 닳도록 돌아다녀 300여곡을 모았다.
이후는 내내 장난질이다.
부르고, 두드리고, 불고.
재즈와 어울리고, 클래식과 만나고, 급기야 테크노와도 인사했다.
피리를 전공했지만 노래로 유명해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12가사를 이수(이양교)했고, 박병천 진도무악과 오복녀 서도소리, 이춘희의 경기 12잡가를 배웠다.
지난 연말 발매한 `모개비'까지 노래음반만 벌써 3개째다.
귓전을 탕탕 때리는 맑은 목소리로 제법 인기있는 소리꾼.
TV와 라디오의 단골 게스트이자 진행자인 김용우는 이제 꽤 많은 팬을 모으고 있다.
사물놀이는 고 김용배선생께 배웠다.
지난 93년 일본 미우라 반도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원 일, 권성택과 장단을 맞춘 것이 타악그룹 푸리의 출발.
가는 길이 달라졌지만 탄탄하게 성장한 푸리를 보면 원년멤버의 자부심이 뿌듯하다.
서양음악과의 대화는 `국악의 대중화'라는 대명제를 위함이다.
"우리 노래가 어려운게 사실이예요. 태생적으로 그랬습니다. 역사적으로 국악은 소수의 예능인들이 고도의 기교로 전수해왔습니다."
`80년대에 대학다닌' 탓이란다.
사회와 대중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자연스레 국악의 대중화 노력으로 이어졌다.
어렸을때 국악보다 먼저 피아노를 배운 것도 그의 자유로운 음악관에 한몫했던 것 같다.
벌써 10년이나 줄기차게 이어진 김용우의 크로스오버 작업.
그의 소리를 듣노라면 섹소폰과 우리가락이, 클래식기타와 우리장단이 어쩜 이렇게나 어울리는지 깜짝 놀라게 된다.
"일회성으로 센세이션을 노려 섞어대는 음악은 금방 압니다.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타장르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작업이 진짜 크로스오버죠."
3집에서 살짝 테크노와 꿍짝을 맞춰봤는데 엄청 만족스럽다.
김용우는 새해에 장구 꽹과리 등을 들고 본격적으로 테크노를 끌어안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절대 `본류'는 잊지 않는다.
젊은 소리꾼의 꿈은 국악의 대중화를 넘어 세계화까지.
그러기에 더욱 `한국적 뼈대'가 중요함을 새긴다.
김용우는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인 원 일의 푸리와 장사익 이춘희 안치환 김현성 강은일 등이 게스트로 나서 `열린 무대' 한마당을 마련할 참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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