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남이섬 - 물안개가 그리는 '새하얀 세상'
기사입력 2000년 01월 05일 15시 31분
호숫가의 바람이 짓궂게 여인의 치마를 건드리고, 이를 가리는 여인의 모습에선 첫사랑의 설레임이 느껴진다.
인기탤런트 한고은이 등장해 수줍은 듯 깨끗한 미소를 보여줬던 하이트 맥주광고 `호수편'.
물안개 피어나는 호수와 나무로 만든 다리가 인상적이었던 이 CF는 작년 여름 춘천 남이섬에서 촬영됐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제작진이 일주일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호수를 낀 장소를 헌팅한 끝에 찾아낸 곳이 바로 남이섬.
이곳의 새벽 물안개가 `맑고 깨끗하다'는 광고 컨셉트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철수시킨 5000만원짜리 나무 가교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요즘 남이섬은 또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한겨울의 남이섬은 CF에서 보였던 푸르름은 없지만 훈훈만 겨울여행의 낭만이 가득한 곳.
흐드러진 `눈꽃'도 남이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섬 곳곳에서 밤새 내린 서리가 나뭇가지를 뒤덮어 새하얀 장관을 연출하는 것.
그래서 겨울시즌의 남이섬은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코스로 탈바꿈을 한다.
86년 개봉됐던 영화 `겨울나그네'(최인호 원작．곽지균 감독)에서 의대생 민우(강석우)와 음대생 다혜(이미숙)가 첫사랑을 불태웠던 겨울 별장의 풍경도 실은 남이섬에서 촬영된 것.
섬 안에는 남이장군묘와 각종 놀이시설, 체육시설들이 있지만 겨울철에는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에 오히려 호젓한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로는 남이섬호텔(0356-582-2181) 외에도 강가에 콘도식 별장이 마련돼 있다.
새벽 물안개와 흐드러진 눈꽃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가평역 근처에 있는 닭갈비와 막국수 전문점에서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청평댐 건설 때문에 물이 차서 만들어진 `섬 아닌 섬' 남이섬.
그래서인지 겨울철의 남이섬은 `쓸쓸해서 더 아름다운 섬'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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