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새가슴' 해태 오철민의 반성투구
기사입력 1999년 05월 21일 14시 13분
해태－두산전이 열린 20일 광주구장.
경기가 펼쳐 지고 있는 동안 1루측 불펜에선 쉬지않고 볼을 뿌려대는 투수 한명이 있었다.
해태 왼손투수 오철민（26）.
불펜피칭이야 특기할만한 일이 아니지만 이미 등판을 마친 투수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게다가 경기가 끝날때까지 약 3시간 동안 계속 던졌다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왜 그랬을까. 오철민은 이날 2회 등판해 ⅔이닝 동안 4구 1개와 4안타로 2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안타를 맞고 점수를 내주는 건 투수들에게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 하지만 오철민의 경우엔 문제가 심각했다.
시즌전만 해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망주였지만 올시즌 10경기에 등판해 2패에 방어율 7.43의 형편없는 성적.
중간계투로 7경기, 선발로 3경기에 나가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게임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나가기만 하면 대량실점이었다.
특히 제구력이 부족해 4구 남발이 `고질병'.
26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4구가 무려 21개로 팀내에서 가장 많다.
걸핏하면 4구에다 포수가 요구하는 코스의 반대로 투구하다 두둘겨 맞기 일쑤.
불펜에선 기가 막힌 공을 던지다가도 마운드에만 올라 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새가슴' 계열이었다.
지난 20일 경기에서도 또다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김응용감독이 `반성투구'를 지시한 것이었다.
불펜에서 팔이 빠져라 400개 정도의 공을 던진 오철민은 "그래도 감독님이 나 잘되라고 그러는 것이겠죠"라고 말했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광주＝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