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악바리 정재권 통증잊은 불굴의 투혼
기사입력 1999년 05월 16일 15시 41분
`해결사' 정재권（29．부산 대우）은 부상 때문에 고생이 심하다.
왼쪽 새끼발가락 뼈가 말썽이다.
`피로골절'.
심하게 움직이면 아프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은 `사치스런 병'이라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숫제 꾀병 같기도 하다.
그러니 몸고생도 고생이지만 마음고생도 여간아니다.
괜찮다가도 축구화만 신으면 통증이 생기는 통에 올들어 벌써 여러 경기를 쉬었다.
그저 그런 선수라면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해결사'라는 별명이 설명하듯 팀 전력엔 절대적인 존재인 만큼 무작정 쉬고있을 입장도 못 된다.
지난 12일 대우가 포항을 2대1로 꺾고 99프로축구 조별리그 4강진출이 확정된 뒤 그의 피로골절은 코칭스태프의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한마디로 `불러낼까 말까'였다.
공격수 마니치（퇴장）와 수비수 김현수（부상）가 동시에 빠져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긴 만큼 이차만 감독으로선 급한대로 누구든 채워넣어야 할 형편이었던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봐야 정재권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이번 4강전만 좀 뛰어줄 수 없겠느냐"고.
오죽 답답했으면 아프다는 선수에게 `앓는소리'까지 했을까.
정재권의 대답은 간단했다.
"알겠습니다."
사실 프로축구 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면 그것으로 선수 생명도 끝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서 악착같이 뛰지 않고 몸을 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경기를 뛰고 나면 통증이 심하게 올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이감독은 그게 그렇게도 고마웠던지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싱글벙글이었다.
[울산＝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