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통곡의 벽 (2)
기사입력 1999년 05월 10일 14시 08분
집을 보러 아내와 내가 이 집을 방문했을때, 집안에는 수많은 박제들이 이곳저곳에 놓여져 있어 음산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전 주인은 박제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집안이 조금 지저분하다고 했고, 또 직업은 서울에서 조그만 개인병원을 하는 의사라고 했다.
그는 중년의 나이였고, 성공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점잖았다.
그는 거실에 놓여져있는 검은색 쇼파에 앉을 것을 권했고, 이어 우리 부부에게 녹차 한잔씩을 대접했다.
그러면서 집에 대한 몇몇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양평에 위치한 이 전원주택을 우리 부부에게 싼 값으로 파는 이유는 조만간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마음에 드는 박제가 있는지 한번 둘러보라고 했다.
캐나다로 가게되면 이것들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남겨놓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처다보았고, 아내는 딸 아이 때문에 그런 것들을 별로 원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위압감을 주지않는 날짐승의 박제는 장식용으로 놓여 있어도 좋을것 같아 나는 몇개를 가리켰고, 중년 신사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하자, 그는 사양말고 더 탐나는 것 있으면 말하라고 하며 나에게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서서히 박제에 대한 자랑을 우리 부부에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박제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 자신이 여러 나라를 돌면서 직접 잡아 만들어 놓은 것들이라고 자랑을 했다.
그런데 이 박제를 만들 때 부수적인 것들이 자신을 박제 수집에 맛들이게 한 것 같다고 했고, 내가 그 부수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슬며시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이 박제가 된 모든 짐승들의 고기를 먹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보통 사람들이 먹어보지 못한 여러 짐승의 고기를 먹어 봤노라고 자랑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몇개의 들짐승들을 가리키며 그 맛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자 고기는 고양이보다 좀 누린내가 심하다느니, 코끼리 고기는 코뿔소보다 좀 더 연하다느니, 박쥐하고 쥐고기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시시콜콜한 그 냄새및 맛과 혀끝 느낌까지 자세히 우리 부부에게 설명하며 신이 나 있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웃는 낯으로 그의 애기를 들었지만 내심으론 몹시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우리 부부의 불편한 마음에는 전혀 상관없이 그런 얘기가 즐거운 듯 얘기를 질질 끌었다.
그러다가 집 계약을 하게되었고, 그가 집에 대한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 싼값을 치루고 집을 넘겨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후 우리 부부는 이 집에 이사를 왔다. [계속]
글·이정우(하이텔ID:V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