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사랑] KBO 명판관 수급대책 세워라
기사입력 1999년 05월 04일 13시 51분
"너, 어디서 야구했어?"
감독이나 코치가 어필을 하면서 이 한마디만 던지면 젊은 심판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어디서 야구했는지 뻔히 알고 얕잡아 보기 위해 뱉는 말이므로 대꾸를 할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 심판들은 대개 2군선수 출신이거나 1군에서 별 활약을 못하고 은퇴해 현역시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아픈데를 건드리면 발끈하기 마련.
지난달 29,30일 해태 코칭스태프와 심판부 C팀과의 잠실 충돌은 이런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
해태선수 출신인 두 심판원은 한때 그들을 가르쳤던 코칭스태프가 늘 깔본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감독과 코치는 심판들이 올챙이적 생각은 않고 쓸데없는 권위를 부리는게 아니꼬왔던 것.
`심판부 위기'는 2,3년전부터 예고됐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참 심판원들이 하나,둘 떠나고 또 구조조정까지 겹쳐 40세 이하 조장이 4명중 2명이나 됐다. 1군 20명중 50대는 단 2명뿐이다.
이러니 각팀의 판정불신이 극에 달할수 밖에.
이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있다. 제대로 된 심판을 키우려면 최소 5년은 걸리는데 돈 몇푼 아끼려고 노련한 심판들을 정리해 버렸다.
KBO는 이제 심판문제로 `불난 호떡집'이 됐지만 이번 기회에 심판 수급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처럼 정규 심판학교를 개설하고, 가능하면 선수출신이 아니면서 머리좋고 야구 열정이 대단한 사람중에서 지망생을 뽑아야 할 것이다.
지연과 학연을 떨치는게 심판 풍토를 바로 잡는 급선무인 탓이다.
또 야구 선후배 관계가 아니어야 "너, 어디서 야구했어?"라는 빈정거림에도 "당신, 어디서 공부했어?"라고 당당히 맞설수 있을 것이다.
[김수인 야구부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