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쑥대머리의 촌티 매력 폭발
기사입력 1999년 04월 28일 14시 55분
"정말 이렇게 될줄은 몰랐거든요?"
MBC TV 미니시리즈 `왕초'에서 거지패의 홍일점(?) 까마귀 역으로 출연중인 이혜영. 시작할때만 해도 마냥 좋기만 했다.
기획안을 보자 마자 장용우PD에게 "저 까마귀 아니면 안해요"라며 졸랐다. 꾸밈없이 솔직한데다 온갖 구박을 받아도 좋아하는 춘삼이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맘에 들었기 때문.
그러나 첫번째 인터뷰부터 뭔가 꼬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자로서 이런 역을 맡기엔 용기가 필요했을텐데…"라는 질문.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웬 용기?
"이렇게 봉두난발에 거지꼴 하고 나오면 CF가 들어오겠어, 다른 작품 섭외가 들어오겠어?" 주위의 충고에 차츰 겁도 났다.
그런데도 녹화장에서 장용우PD는 얼굴에 검은 칠을 더 하라며 난리. "혜영이 너는 예뻐서 남자들보다 훨씬 더 시커멓게 해야 화면에 비슷하게 나온단 말이야."
예쁘다는 말에 넘어가 촬영을 하면서도 어딘가 켕기는 마음. 가슴 죄며 기다리다 마침내 자신의 첫 모습을 TV에서 봤을때, 이혜영은 흐뭇했다. "그래도 저렇게 예쁘게만 나오네. 됐어."
이쯤되면 여자 탤런트의 직업병인 공주병 증세가 다분히 보이지만 곧이어 터지는 이혜영의 "우하하하"하는 싱싱한 웃음소리에서는 `병'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다.
사실 까마귀의 봉두난발은 이혜영의 말을 빌면 최신 유행 스타일. 지난해 히트 드라마 `예감'에 출연한 뒤 두어 차례 일본에 들렀을때 눈썰미로 보아 둔 유행 머리를 직접 다듬어 만들어 냈다.
얼핏 이의정의 아톰머리 비슷한 이 머리를 `밤에 감아 대강 말린 뒤 잠을 자고 일어나자 마자 바로 촬영장으로 달려가면' 까마귀의 헤어스타일은 완성된다.
지금까지 `왕초' 촬영은 일이 아니라 거의 놀러가는 기분. 드넓은 녹화장에 여자는 혼자나 다름없어 온갖 스태프와 출연진이 떠받들어 주는데다 하마 박상면(영화 `넘버3'의 재떨이), 형도 박철 등 알아주는 입심들이 쉴새없이 웃겨 주기 때문이다.
`왕초'의 촬영일정이 너무 바빠 도회적인 이미지의 디자이너 역으로 캐스팅 됐던 SBS TV `토마토' 출연이 무산된 뒤 "이러다 거지 이미지로 굳어지는거 아냐?"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혜영은 지금만큼은 까마귀에 푹 빠져 있다.
[송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