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젊은공자' 김감독 화났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22일 14시 06분
현대 김재박감독이 열받았다.
`여우'라는 별명답게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김감독.
지난 96년 사령탑을 맡은 이후 단 한차례도 선수들에게 대놓고 꾸중을 하지 않아 `젊은 공자'란 얘기를 듣던 인물.
이런 김감독이 선수단 전체를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내용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야구 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21일 인천 롯데전이 끝난 밤 10시30분, 김감독은 인천구장 라커룸에 선수들을 집합시켜 놓고 "이기고 지는 것을 따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혼이 없는 야구는 용납할 수 없다"고 호되게 나무랐다.
김감독은 "지난해 우승뒤 전반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팀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을 먼저 염두에 두는 플레이가 속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감독이 이처럼 선수들을 모아놓고 꾸지람을 한 것은 21일 경기에서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가 계기가 됐지만 이미 이달 초순부터 하고싶던 얘기를 꺼낸 것이기도 하다.
김감독은 "지난해 거둔 성적은 최상의 결과다. 선수들이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감감독의 20분간에 걸친 미팅이 끝난 뒤 선수들은 다시 투수, 야수별로 나뉘어 코치들에게 집중 질타를 받았다.
특히 김시진 투수코치는 "다시한번 정신 빼놓고 야구했다간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점잖키로 소문난 정진호 수비코치 역시 "건방을 떠는 플레이가 나온다"며 얼굴을 붉혔다.
우승뒤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한번쯤 겪어야 할 홍역인지.
현대의 `칼바람'속에 여러개의 의미가 도사려 있다.
[인천＝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