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문환-이재학 사후에도 작품낸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21일 14시 48분
사후에도 활동하는 작가가 있다면 믿어질까? 더구나 유작이 아닌 신작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면….
기이한 일이지만, 만화계에는 이같은 사실이 존재한다. 2년 전 작고한 이재학선생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무협만화 작가로 만화강국 일본에서도 명성이 높았던 이선생의 작품은 지금도 한 달에 수십 권 씩 대본소용 만화로 제작돼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제자들에 의해 신작이 제작돼 이재학 프로덕션이란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생전에도 이재학 프로덕션 제공으로 작품을 선보였던 탓일까. 이러한 만화계의 특수한 상황을 모르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무협만화 애호가를 만났다. 그는 이재학 선생의 열렬한 팬으로 내게 선생님의 만화 주인공 캐릭터를 닮은 친필 사인을 받아주길 부탁했다. 아직도 이선생이 생존해 계시는 줄 알고 있는 그에게 만화계의 도제 시스템을 설명해 주었지만, 그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에게는 유령이 활동하는 이야기 쯤으로 들리거나 사인을 받아주기 귀찮아 하는 태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취재를 위해 연락처를 물어오는 기자들 중에서도 `대본소에서 신작을 보았는데 가능한 일이냐'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있으니, 모르긴 몰라도 독자들 가운데는 아직도 이선생이 생존해 계시는 걸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다.
현재 이재학 프로덕션은 전춘성이라는 제자가 만화 전반에 걸친 관리를 책임지고 선생님의 캐릭터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부인과 딸이 출판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선생이 만화계에 끼친 업적이 계속 빛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이 계속해서 이재학 프로덕션을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아선미디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