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바스켓볼] (1)'MVP 진심으로 축하'
기사입력 1999년 04월 18일 14시 16분
98∼99프로농구는 바야흐로 '이상민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영원한 MVP' '펜티엄급 가드' '컴퓨터 가드' '산소같은 남자'….
무수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현대 이상민(27.1m82)은 올해 팀을 2년연속 정상에 올려놓았다.
허 재(나래) 강동희(기아) 등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들을 제치고 따낸 우승이기에 더 의미가 컸다.
강한 승부근성과 두뇌플레이, 궂은 일도 마다않는 프로정신, 깨끗한 매너로 고정팬 2천여명을 몰고다니는 이상민.
그가 직접 쓰는 농구 얘기를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주]
드디어 해냈구나-.
지난 16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을때 나는 무작정 맥도웰에게 달려갔다.
맥도웰과 얼싸안은 그 순간은 아무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맥도웰은 내 등을 두드리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바로 옆에선 성원형과 승균이가 끌어안고 있었다.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인 듯 했고 가슴은 먹먹했다.
처음 우승한 지난해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먼발치에서 나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되기 전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가 2승4패로 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삼성과 기아의 플레이오프 2회전을 봤는데 기아는 지난해만큼 위력적이지 않았다.
(강)동희형도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부산 경기에서 완승을 거둬 사기가 오른 우리는 '5차전에서 끝내겠다'며 잔뜩 별렀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의 잠실실내체육관.
초반엔 의욕이 앞선 탓인지 실책과 슛미스가 이어졌다.
반면 1승3패에 몰린 기아는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지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흐름을 탈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결과는 역전승.
꽃가루가 휘날리고 축포가 울리는 가운데 MVP가 발표됐다.
성원형이었다.
성원형은 플레이오프에서 슛감각이 좋았고 특히 고비때 잘해줬다.
나는 성원형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성원형은 인터뷰룸에서도 나와 승균이, 맥도웰, 존스에게 미안해했다.
고교(홍대부고) 1년 선배였다 다시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는 성원형의 행복해 하던 모습은 앞으로도 못 잊을 것 같다.
경기직후 "수고했다"는 말로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했던 우리는 뒤풀이 장소에 가서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수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