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마인드 컨트롤 실패한 박명환-김진웅
기사입력 1999년 04월 17일 01시 43분
특급투수의 덕목 중 하나는 감정 조절이다.
신나게 던지다가도 그라운드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린 나머지 덩달아 흥분해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맞선 두산 박명환과 삼성 김진웅.
박명환은 최고 시속 151㎞, 김진웅은 148㎞.
박명환과 김진웅의 씽씽투구는 마치 삼진퍼레이드를 펼치듯 투수기록지에 `K'자（삼진표기）를 각각 7개, 5개를 그려냈다.
단 한명의 타자도 진루를 허용하지 않는, 한마디로 완벽한 피칭이었다.
그러나 박명환은 22세, 김진웅은 19세.
힘은 펄펄 넘칠지 몰라도 파도치는 감정을 다스리기에는 아직은 어린나이였다.
박명환과 김진웅이 4회에 무너지게 되는 시발점은 정말 사소한데 있었다.
박명환은 2사 2루에 몰렸지만 그때까지의 구위로 볼 때 실점은 어림없었다.
그러나 삼성 5번 김한수의 등을 정통으로 맞춘 뒤 미안한 마음에 김한수에게 모자를 벗어 서너차례 사과를 한 박명환의 컨트롤은 그때부터 사정없이 흔들렸다. 연속 2루타에 3실점.
다음은 김진웅.
김진웅은 4회말 첫타자 정수근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콕 떨어지자 한순간에 깨진 무안타 행진이 아쉬운 듯 고개를 떨궜다.
순식간에 구위와 제구력이 흔들렸고 그도 역시 4구 1개, 3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
똑같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는 모습에서 문득 투수를 감정이 민감한 여자로 비유하는 야구계 속설이 떠올려졌다.
[ 잠실＝권정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