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창호' 후지쓰배 8강 진출 좌절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5시 36분
`돌부처'(이창호)가 `거미줄'(가토 마사오) 에 걸려 비명횡사했다.
이창호 9단은 지난 12일 제12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뜻밖의 참패를 당했다.
이창호는 이날 일본의 가토 마사오 9단을 맞아 235수만에 백으로 불계패, 8강진출에 실패했다.
이창호로선 세계 대회 연속 우승이란 신기록 행진이 멈추는 순간이었다.
이창호를 잡은 가토 9단의 애칭은 `대마 킬러'이다.
일본 최강인 조치훈 9단을 비롯 고바야시, 임해봉, 후지사와 등 수많은 기사들이 가토 9단의 `거미줄'에 걸려 대마가 비명횡사하는 설움을 맛봐야 했다.
이번 후지쓰배에선 이창호가 이 거미줄에 걸렸다.
이창호는 대각선 포진후 361로 반상 곳곳에 진을 치는 가토 9단한테 좌충우돌식 육박전으로 맞섰으나, 결국 연거푸 세차례의 불리한 사활 패싸움에 걸려 돌을 던져야 했다.
이때문에 초반 대각선으로 포석후 판을 잘게 쪼개며 좁혀나가는 `거미줄' 작전이 `이창호 사냥법'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전적으로 볼 때 이창호는 특정 일본 기사에게 유독 약한 면을 보이고 있다.
세계 대회에서 이창호와 싸워 유리한 전적을 기록한 외국 기사는 통틀어 6명 밖에 없다.
이중 딱 한판 밖에 안둔 2명의 중국계 기사(주학양, 차택무)를 빼고는 4명 모두 일본 기사이다.
이창호는 요다 노리모토 9단에게 1승6패의 참패를 기록하고 있다.
고바야시 고이치, 고마스 히데키, 가토 9단에게는 나란히 1승2패로 뒤지고 있다. 이들 4명을 상대로 4승12패.
이창호 9단의 세계 전적이 126승 41패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기풍 자체가 이창호에겐 `아킬레스건'이다.
그래서 `이창호 타도'를 외치는 각국 기사중에는 실제로 이들의 기보를 연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창호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 일본 기사들의 기풍은 실리파냐 우주류냐에 관계없이 하나같이 초반 포석의 기초공사가 탄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문에 `강태공' 이창호가 아무리 기다려도 무너내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