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첩이라고 깔보다간 큰코 다칠껄'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5시 36분
`귀엽고 깜찍한 악역'
요즘 탤런트 이지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KBS 1TV의 대하드라마 `왕과 비'에서 한명회의 첩 `향이' 역으로 열연중인 그녀의 좁은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세조의 책략가인 한명회가 승승장구하면서 덩달아 신분이 초고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덕. 얼마전 대감집 부인들이 한명회의 정실인 민씨부인에게 인사하러 몰려오자 이지은은 대청마루에 서서 `영양가 있는' 순서대로 줄을 서도록 지시,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 놓았다.
제작진이 역사의 실제 인물이 아닌 `향이'를 초반부부터 투입했던 것도 드라마의 흥미를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왕과 비'가 단종의 죽음(18일 방송)을 기점으로 왕비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게 되면 이지은의 진가는 더욱 빛날 전망. 원래 `향이'는 드라마 후반부 주인공인 인수대비(채시라, 세조의 며느리)가 한명회와의 연락수단이자 정보수집책으로 심어놓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지은은 극중 뿐만이 아닌 극외에서도 출연진을 잘 웃긴다. `주당답게' 소품용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가 하면 스태프와의 회식때도 얄궂은 농을 곧잘 친다고.
하지만 자신의 연기평가에 대해선 엄격하다.
"대사에 감칠맛이 나오지 않고 뻣뻣해 처음엔 TV를 보기도 싫었다"며 혹평할 정도. 귀엽고 깜찍한 이지은에겐 `노력파 연기자'란 수식어가 더 첨가되야 할듯 하다.
[이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