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청춘의 덫'] 시청자 의견따라 '해피엔딩'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4시 51분
시청률 50%를 넘나들며 하루평균 2000여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였던 SBS TV 화제의 드라마 `청춘의 덫'이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심은하는 전광렬과 결혼해 딸을 낳고 이종원은 유호정과 헤어진다.
이종원은 사표를 낸 뒤 낙향했다가 해운회사의 차장으로 변신하며 유호정은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6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잠시 귀국한 유호정은 이종원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가며 "너랑 꽁꽁 숨을데 찾았으니까, 오라 그럼 올래"라고 제의하게 되고 이종원은 이때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쓴웃음을 짓는 것으로 마지막대사를 장식하게 된다.
이들 커플의 운명은 작가나 연출자가 아닌 시청자가 쥐게 된 셈이다.
지난 12일 일산 탄현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세트촬영을 마친 이들 네명의 공통된 소감은 `청춘의 덫'이 아닌 `연기의 덫'에 걸렸다는 행복한 비명이다.
각자의 변을 들어본다.
◇심은하
정말 신들리듯이 했다. 그런데 후련한 것보다 섭섭함이 앞선다.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촬영끝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정세호감독님이 정말 고맙다. 나에게 이작품을 하게 해주시고, 아마 `나를 끄집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일 것이다.
김수현선생님의 작품을 하면서 몸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으나, 정신적으로 너무 성숙해진 것 같다. 다음에 이보다 더 좋은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
진이 다 빠졌다. 한약먹고 쉬는중인데, 새 영화 `텔 미 섬씽'의 영화준비도 슬슬 해야한다.
◇전광렬
시원섭섭하다.
연기자로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됐고 탤런트라는 직업에 충실하게 됐다.
무엇보다 영국이란 인물이 탄생하게끔 지도를 해준 정세호감독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눈빛이 살아있어야 훌륭한 배우라는 정감독의 말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처음엔 머리를 길게 하고 멋쟁이 옷을 입은 탓에 김수현 작가로부터 설정을 잘못했다는 호된 꾸지람을 들어 속상했는데 지금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영화에서 평가받고싶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종원
연기사관학교를 졸업한 것 같다.
좋은 작가, PD, 연기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젠 어떤 배역이 맡겨져도 두려움 없이 해낼 자신이 생겼다.
막판에 캐스팅이 되는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3개월동안 거의 하루도 쉬지 않는 촬영강행군에 온몸이 망가질뻔 했는데 장인 될 분이 보약까지 다려줘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는 인상파적 멜로로보다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의 배역을 맡고 싶다.
물론 올 가을 결혼예정인 예비신부와 여행도 다니며 휴식좀 취할 생각이다.
◇유호정
악으로 버텼다.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며칠전 이종원을 미친듯이 때리는 장면에서 힘이 딸려 실감나는 연기를 하지 못했다.
당초 출연이 결정돼 머리까지 자르고 준비를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가 다시 하게 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
극중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때 번호를 하나하나 눌렀는데 "요즘엔 단축다이얼을 쓰는데 왜 그러느냐"는 등 김수현 작가의 세심한 지적이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정세호 PD의 탁월한 연출에 감사를 드린다.
[정리＝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