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희단 거리패'바보각시'-세기말 구원의 감동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5시 14분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바보각시'(이윤택 작, 연출)가 앙코르 무대에 오른다. 1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
`사랑의 형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바보각시'는 `오구죽음의 형식',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과 함께 이윤택이 90년대에 선보여온 `우리극 형식' 3부작의 하나다. 지난 93년 부산에서 초연된 이후 두번의 일본 공연을 포함해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 화제작으로 세기말의 구원과 희망을 그렸다는 점에서 99년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바보각시'는 정체불명의 한 여인이 사내들에게 제 살을 나눠주다가 마을에서 추방됐다는 `살보시 설화'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도시의 어둠이 깃든 신도림역에 포장마차를 끌고 바보각시가 도착한다. 이 포장마차에 사이비교주와 파출소장, 창녀, 실직자, 우국청년, 취객, 맹인가수 등이 모여 세상사를 떠든다.
바보각시는 그들 소외된 인간군상에게 몸을 내주고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모두들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바보각시는 현실에 실망해 자살하게 되고, 그녀의 버림받은 몸에서 미륵이 태어난다.
설화와 현실의 이중구조속에서 차원을 이동하고 기법을 뒤섞는 이윤택의 연출특성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대사와 노래, 춤이 뒤섞이고 인형과 탈이 인간을 대신하는가 하면, 음울한 현실과 해학적인 환상이 포개져 있다.
꿈과 현실의 중간쯤에 위치한 `바보각시'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연출자 이윤택은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새로운 희망이고 사랑이며, 억압된 세계의 해방"이라고 말한다.
이윤주 조영진 김흥우 등 출연. 음악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로 올해 대종상을 받은 원일이 맡았다. (02)7631268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