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6할대 타율 주간 1위 '자존심 지킨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4시 12분
외국인 선수들이 너나없이 눈썹을 휘날리고 있는 시즌 초반.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지만 용병의 무수한 칼날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이 있다.
삼성 이승엽（23）. 개막 3연전까지 1할도 못되는 8푼3리.
상체 따로, 하체 따로 놀면서 홈런은 고사하고 안타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가장 입맛에 맞는 변화구조차도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외국인 선수에 대항할 몇 안되는 토종스타였기에 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나 이승엽이 누군가.
지난해 두산 우즈와 홈런왕 경쟁을 벌인 유일한 국내 최고타자답게 지난 8일 전주 쌍방울전부터 흙바람을 일으켰다.
지난주 4경기에 출전, 6연타석 안타행진과 홈런 2개를 뽑아내는 폭발적인 방망이를 휘둘렀다.
14타수 9안타, 6할4푼3리로 주간 타격랭킹 1위.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단점을 말끔히 씻어낸 덕이었다.
더욱이 삼진 하나없이 4사구를 5개나 얻은 것은 이승엽의 대활약을 예고하는 징조.
평소 삼진이 많았지만 팀선배 김기태가 전해준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품은 뒤로 선구안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승엽은 목표는 두가지.
하나는 팀 우승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선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이다.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목표다.
[권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