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원조교제' 20대여성 틈새를 노린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1일 14시 20분
"오빠, 나 오늘 맛있는 것 좀 사줘."
전문직 종사자인 A씨（41）는 이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물론 친동생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원조교제' 파트너다.
그러나 A씨가 만나는 여자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10대가 아니다.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전직 스튜어디스 B양（26）이다.
10대와의 원조교제가 사회문제가 되자 30∼40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파트너의 연령을 상향조정해 여대생이나 전-현직 직장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량방출된 직장여성들은 소비 규모를 줄이지 못해 오히려 `오빠'를 찾아다니고 있다.
B양도 그런 케이스.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 논현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B양을 만났다.
손님 가운데 특급으로 꼽히는 A씨에게 웨이터가 부킹을 해준 것이다.
웨이터에게 "돈이 많은 손님"이라는 정보를 얻은 B양은 그날밤 단란주점을 거쳐 호텔까지 동행했다.
그뒤로 A씨와 B양은 일주일에 1∼2번쯤 만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A씨는 비슷한 `등급'의 친구, 선후배들에게 B양의 친구들을 소개, 3∼4쌍씩 만나기도 한다.
이들은 `관계'를 맺는 대가로 만날 때마다 10만∼20만원씩의 용돈과 이따금씩 고급 브랜드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물하는 게 불문율처럼 돼있다.
이미 고급 소비문화에 빠진 B양의 입장에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최고급 음식과 술을 즐기며 용돈까지 얻어쓰는 셈이다.
C씨（37）도 최근 레스토랑에 갔다가 `원조' 상대를 만났다.
"아가씨, 삐삐 번호 좀 적어줘."
고급 음식을 주저없이 시키는 C씨의 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D양（22）은 자기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고, 이들은 그날밤부터 데이트를 즐겼다.
D양은 한번 만날 때마다 50∼100시간치 서빙 아르바이트 급료를 받는 맛에 C씨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용돈이 궁해지면 D양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잦다.
A씨와 B양, C씨와 D양 같은 `원조교제'는 최근 더욱 확산되고 있다.
A씨와 C씨의 입장에서는 10대와의 원조교제처럼 위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 자책감이 적다는 점 때문에 20대 파트너를 선호하는 셈이다.
이들의 또다른 특징은 `원조'를 주고 받을 상대를 한명만 두는 게 아니라 3∼4명 많게는 6∼7명까지 두고 필요할 때마다 만난다는 점.
서울 압구정동의 단란주점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E씨（33）는 "거의 날마다 돈 많은 단골손님과 20대 초반 아가씨들을 함께 태워준다"며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오히려 여자 쪽에서 적극적"이라며 또다른 형태의 `매춘'을 비난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