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유치막후비화] '축구대결로 개최국 결정하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1일 14시 20분
2002년 월드컵을 하나의 사업이라고 친다면 한국으로서는 1세기만에 한번 기회가 올까말까한 사업이었다.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친다는 것은 스스로 찾아온 국운(國運)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이 유치활동을 위해, 총리를 역임한 미야자와 의원에게 일본 국회내에 구성된 2002년 월드컵 추진 회의 위원장이 되어줄 것을 부탁하자 그는 "1세기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이러한 일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자신으로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포부가 크면 무엇이 큰 사업이라는 것을 대번에 안다.
93년 5월15일 일본 열도는 축구 행사로 떠들썩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J리그가 개막식을 갖고 출범하는 날이었다.
프로축구는 한국이 먼저 시작했지만 이제 첫발을 내딛는 일본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를 압도했다.
모두 10개의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18게임을 치르고 시즌 우승팀에게는 약 5억원의 상금을 주기로 했다.
일본은 2002년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FIFA 집행위원들과 세계 각국의 스포츠 기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그런가 하면 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인 영국의 개리 리네커와 `하얀 펠레'라는 애칭이 붙은 브라질의 지코 등 스타 플레이어도 많이 초청하여 잔치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은 수년전부터 덴츠등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통해 FIFA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J리그도 월드컵 개최를 염두에 두고 출범시킨 것이었다.
J리그 개막 행사에는 나도 초청을 받았다.
개막식 전날 외빈들을 위한 리셉션이 열렸다.
일본 축구협회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내빈들이 축하의 말을 했다.
내게로 순서가 돌아왔다.
나는 의례적인 축하의 말을 한다음 "한국인 모두는 2002년 월드컵이 한반도에서 치러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개최지를 양국 축구대표팀의 한판 승부로 결정짓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내빈들은 나의 제안을 하나의 조크로 선의로 받아들여,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마음속에서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굳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