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스타크' 용어 모르면 왕따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4시 24분
"탱크 10대를 몰고가서 모두 죽여버렸지."
"적들이 핵폭탄을 계속 터뜨리며 약올리잖아. 그래서 질럿 30마리하고 스카우트 30대를 보내 박살내 버렸어."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청소년들의 대화내용이다. 길을 걸어가는 청소년들의 대화 내용도 온통 탱크, 핵폭탄, 찍찍이, 빠지직 등의 이상한 얘기들을 쏟아낸다.
5일 오전 8시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열차를 탄 5∼6명의 고등학생들은 이내 이같은 이상야릇한 얘기를 하며 자기들끼리 킥킥거린다.
"테란은 간호사부터 먼저 죽여야 돼!"
"간호사는 망루에 한방 맞으면 사지가 산산조각이 나."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승객들은 이같은 섬뜩한 말에 눈을 번쩍 뜨고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쳐다본다. 그러나 이내 요즘 유행하는 영화 `쉬리' 이야기로 알고 다시 눈을 감는다.
실은 유즘 청소년층에 폭발적으로 유행하는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일명 스타크） 내용이다.
기성세대들이 청소년들만의 `은어'에 이어 또 다시 `스타크 전쟁용어'로 인해 `왕따'당하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대화 내용은 온통 컴퓨터 상에서 밤새워 다른 상대와 싸운 전쟁 경험담 일색이다.
이에 따라 스타크의 `테란' `저그' `프로터스' 등 세 종족들이 하는 말의 흉내내기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정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는 `옛 써（YES SIR）'.
친구, 선배, 어른들이 부르면 `옛 써!'라고 대답하고 심지어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도 `옛 써!'라고 대답해 `옛 써!' 금지령이 내려진 학급들이 많다.
`옛 써!'는 `테란'족의 병사들이 공격명령을 받을 때마다 외치는 말.
이들은 개도 `찍찍이'（저그 종족에서 염산을 뿌리는 개처럼 생긴 병사）라고 부르고, 테란의 병사처럼 생긴 헬밋 쓴 교통경찰이나 오토바이 운전자를 `땅개'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스타크가 유행, 상사나 동료가 부를 때 심지어 전화를 받을 때도 "옛 써!"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고.
신경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는 "청소년들이 서로 죽이는 전쟁게임인 `스트크래프트'의 전투 경험담을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과 가상을 동일시하는 현상으로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