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두산 정수근의 양쪽귀 멋내기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똑같은 건 참을수 없어!"
TV속 어느 CM에서 튀어나온 도발적인 카피가 아니다.
두산 `쌕쌕이' 정수근（22）의 고집스런 신세대 선언이다.
정수근은 올시즌부터 양쪽 귀에 모두 금귀고리를 달고 나간다. 그동안 헬멧을 쓴채 드러나는 왼쪽 귀에만 귀고리를 달더니 색다른 변신이다.
이유는 한가지. 남들과 달라보여야 하기 때문.
작년 정수근이 처음 귀고리를 달고 나타났을 때만 해도 그 모습은 쇼킹했다.
하나둘씩 개성파가 늘더니 이제 한쪽 귀고리는 그라운드서 흔한 소품이 됐다.
팀선배 진필중이 귀를 뚫었고, 쌍방울 최태원도 `귀고리파'에 합류했다.
지난 시범경기서는 한화 에이스 정민철까지 한쪽 귀에 귀고리를 찰랑 거리며 마운드에 올랐다.
처음에는 유행을 이끈 `패션리더'의 우쭐함이 있었다.
저도 모르는새 입이 튀어나오더니 은근히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의 귀고리 패션은 신경쓰이지 않지만 `토종스타'중에는 원조격이라는 자존심이 고고했는데 남들과 두리뭉실 엇비슷하게 보이다니….
결국 귀고리 한짝을 더 마련하고서야 직성이 풀렸다.
귀고리 멋내기에 관한한 정수근은 오랜 안목과 맵시를 자랑한다.
그라운드에서 반짝이는 귓불을 처음 선보인 것은 작년이지만 이미 4년전인 95년부터 평상복 차림의 패션 포인트로 귀고리를 즐겼다.
멈출줄 모르는 스피드로 스릴 만점의 팬서비스를 펼치는 정수근.
"늘 달라지겠다"는 약속을 위해 `귀밑 1㎝'의 차이도 놓치지 않는 부지런한 프로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