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교실] 휘어진 쪽으로 치면 속는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31일 14시 35분
골프장에는 꼭 한두개씩의 도그레그(Dog-leg)홀이 있다.
휘어진 모양새가 개다리(犬足) 같다고해서 이렇게 불리우는 이 홀은 핸디캡이 꽤나 높아 주말골퍼들을 골탕 먹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놈의 홀은 어찌된 영문인지 과거 몇차례나 라운딩을 했음에도 코스가 잘 기억되지 않는 특징도 갖고있다. 그 탓에 지난번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도그레그홀에서 가장 잘 속는 것은 티샷 방향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휜 도그레그의 경우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오른쪽으로 공을 보내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그린쪽으로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그게 잘못이다.
도그레그 홀은 휘어진 반대쪽으로 공략하는 것이 원칙이다.
왼쪽으로 휘어졌으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휘었으면 왼쪽으로 공을 보내는게 요령이다.
왜냐면 이런 코스에는 반드시 설계자의 `흉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린까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휘어지는 모퉁이 쪽으로 타구하는 골퍼들에게는 벼랑이나 벙커가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이같은 함정을 피했다고 해도 또 다시 세컨샷의 착지점 근처에 예기치 못한 트랩이 장치돼 있다. 나무나 숲이 그린을 가려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멀리 돌아오는 사람에게는 세컨샷에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그린까지의 통로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벙커도 없을 뿐 아니라 시야도 훤히 트여있다.
돌아가는 것이 일견 먼거리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훨씬 유리한 것이다. 세컨샷이 편하기 때문이다.
도그레그 홀에서는 지름길의 유혹을 버려야한다.
골프는 `장타력 게임'이면서 동시에 `방향성 게임'이다.
도그레그홀의 스코어는 초구의 방향이 좌우한다.
코스 설계자의 심리를 읽으면서 공략하는 것과 무턱대고 덤벼드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건실(부국장．체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