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돌격대 안방마님들의 작은 선물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12시 10분
야구에서 가장 고된 자리는 어딜까?
코칭스태프가 전경기 출전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포지션이 포수다.
공격때는 물론 수비때도 연신 쪼그리고 앉아 공을 받아야하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한다.
포수들에게 무릎과 허리부상은 악몽처럼 따라 다닌다.
경기후 트레이너실을 찾아 마사지와 찜질을 밥먹듯 할수 밖에 없다.
등록선수가 42명으로 8개구단중 가장 적은 쌍방울.
쌍방울은 양용모（32） 장재중（28） 정원배（26） 등 세명의 포수만으로 한시즌을 꾸려가야 한다.
김성근감독은 올초 강성인트레이너（35）에게 포수들 곁을 떠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지난 19일 쌍방울 3명의 포수가 강트레이너를 찾았다.
곱게 포장한 선물꾸러미 속의 예쁜 휴대폰.
전국에서 1천500만명이 휴대전화를 쓸 정도로 보편화 돼있고, 웬만한 구단직원들은 너도나도 하나씩 있지만 강트레이너만 없었다.
가장 많은 `폐（?）'를 끼친터라 작은 성의표시를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뜻밖의 선물을 받아든 강트레이너. 큰 선물은 아니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해받곤 눈시울이 붉어졌다.
딸만 넷을 둔 딸부자짓집 가장. 어려운 구단재정으로 연봉이 턱없이 깎였지만 트레이너를 천직으로 알고 선수단과 전국을 누빈지 10년.
`우리는 하나'라는 외침에 축 처졌던 어깨가 펴지는 순간이었다.
가난하다고 소문난 쌍방울이지만 마음만은 가장 넉넉하다.
[박재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