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입양아 (2)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그러나 미진은 달랐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피를 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김위원이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떨렸지만 매우 앙칼지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세요！ 우리가 아이를 입양할 수 있게 되나요?"
김위원은 잠시 당황하는 기색이었으나, 이내 얼굴에 조용한 미소를 띠고 그녀에게 대답했다.
"예, 그럼요. 물론입니다. 두 분께서는 당국의 입양자격 심사에 합격하셨습니다."
미진의 얼굴이 확 밝아지며 세상의 기쁨을 모두 독차지한 사람처럼 희열에 찬 탄성을 질러대었다.
운초도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미진을 끌어당겨 이마에다 입을 맞췄다.
미진의 창백한 피부가 기쁨으로 홍조를 띠었고 김 위원은 뿌듯한 눈초리로 이들 두 부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미진은 마냥 좋아서 기도를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운초는 왠지 불안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김위원이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기다리시던 기회라는 것을 압니다. 두 분께서 얼마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셨는지 느낄 수가 있군요. 그 기뻐하시는 모습으로요."
그녀는 일어나서 따라 오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진씨 부부는 홀린 듯이 일어나 김위원을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하얀 벽을 가로막고있는 회색 철문을 지나 또다시 하얀 세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얀 복도…. 운초는 현기증을 느꼈다.
일자로 쭉 뻗은 저 복도의 어딘가에 운초의 성을 물려받을 아기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복도는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낮인데도 지나치게 환하게 켜져 있는 형광등, 구두굽이 울리는 소리.
의사가 아님에도 김위원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다.
흰… 마치 복도처럼 하얀 가운….
운초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내었다.
미진은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운초는 김위원의 옆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어둡고,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김위원의 옆 모습.
운초는 애써 그런 기분을 부정하며 미진의 기쁨에 전염되려고 애썼다.
복도는 예상외로 짧았다.
이제 그들은 회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철문 앞에 서 있었다.
김위원의 사무실 앞을 지키고 있던 문과 똑같은 철문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철문 옆에 커다랗게 유리창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아기들을 달래고 우유를 먹여가며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위원이 유리창을 톡톡 두드리자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 아가씨 중 한 명이 잽싸게 움직여 작은 보자기에 싸인 아기를 안고 왔다.
꼼지락거리는 작은 생명….
운초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계속]
글·김문경(아이디:밀랍인형)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