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또 야간스케줄… 밤이 무서워!'
기사입력 1999년 03월 12일 15시 54분
요즘 방송가에는 `수목 미니, 주말 미니'라는 말이 유행이다.
8∼16부로 구성되는 미니시리즈는 방영기간이 짧은 만큼 제작기간도 짧아 거의 `날밤을 새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그러나 시청률경쟁이 심해진 최근에는 전 드라마에서 야외촬영이 상식화돼 `전 드라마의 미니시리즈화'가 돼버렸다는 뜻.
MBC TV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극본 노희경 연출 박종)의 여주인공 신형역을 맡은 김혜수의 지난 10일 촬영일정은 쫓아다니기에도 숨이 찼다.
▲오전 7:00＝영등포 경방 필 백화점에서 촬영개시. 새벽 한시까지 촬영을 한 뒤 잔듯 만듯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섰다. 그래도 불평할 처지는 못된다. 촬영팀은 5시부터 현장에서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오전 11:00＝홍대앞 카페 `모델'에서 이재룡에게 "우리 이제 끝내"라고 말하는 장면. 눈물을 펑펑 흘려야 한다. 촬영전까지 깔깔거리고 떠들더니 "큐!"사인이 떨어지자 거짓말처럼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눈물이요? 특별히 신경쓴 적은 없어요. 울만한 상황이면 절로 눈물이 나오는걸요."
▲오후 1시＝몇장면 찍지도 않았는데 촬영이 지연, 세시간이나 걸려 홍대앞 장면을 찍고 다음 촬영장소인 시립대로 이동. 그 사이 점심을 김밥으로 때우고 잠시 낮잠을 즐긴다.
김혜수의 밴 승용차는 이럴 때에 대비한 최고의 공간. 좌석 네개 정도를 빼고도 뒤에 더블베드가 들어갈 공간이 있다. 비디오와 오디오는 기본. 그 사이 이재룡과 나머지 팀은 종로 5가의 한 사무실에서 다른 장면을 촬영한다.
▲오후 3시30분＝눈을 좀 붙인 덕인지 훨씬 견딜만 해졌다. 시립대 1층의 한 연구실은 촬영 기간 내내 김혜수의 연구실로 사용돼 왔다.
김혜수가 밴 승용차에서 내리자 오가던 학생들이 한데 사인을 받으려 우루루 몰려 갈길 바쁜 촬영팀을 초조하게 한다. 스쳐가던 학생중에는 "누구? 김혜수가 누구야?"라는 썰렁이(?)도 있다.
▲오후 4시＝새로 조명 세팅을 마치고 슈팅에 들어가자마자 NG. 김혜수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에서 문이 잘 열리지 않자 특유의 파워(?)로 문을 잡아 뽑아 `쾅' 소리가 났다.
이날 촬영분은 재호(배용준)에게 이끌리는 신형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길진(이재룡)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둘 사이가 심각해지는 장면. 세 씬을 찍고 나니 남은 건 밤 장면. 해가 질때까지 짧은 휴식시간이 있다.
▲오후 7시＝일산에서의 밤 촬영때마다 식사를 하는 밥집으로 이동, 저녁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간다. 드라마에서 밤 장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야간촬영이 끊일 날이 없다. 오늘은 또 몇시에나 끝나려나….
이제 겨우 16회. 1주일에 4일씩 야외촬영을 하니 46회를 마치려면 이런 날을 50일은 더 지나야 한다.
[홍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