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남한에 야생호랑이가 있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12일 14시 11분
50여년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야생 한국 호랑이'가 강원도 화천 일대에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답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일 우리나라에 와서 강원도 화천군 풍산리 해산 부근에서 야생 호랑이 생존 여부 확인 조사를 해온 세계적인 호랑이 전문가인 데일 미켈박사（45·미국 호네크 연구소）와 드미트리 피크노프박사（60·러시아 극동 지리학 연구소）는 11일 "우리는 한국에 호랑이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호랑이연구소 임순남 소장（43）이 지난 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UN 두만강 환경포럼'에서 발표했던 `한국 호랑이 생존 증거'가 국내외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자 이뤄지게 됐다.
임소장은 강원도 화천 일대에서 야영을 하면서 1년 동안 호랑이의 발자취를 추적해왔다.
미켈, 피크노프박사는 지난 10일 강원도 화천으로 내려가 나무껍질을 벗겨놓아 자기 영영역임을 알리는 호랑이 영역 표시 현장을 확인했다.
이들은 임씨가 발견해놓은 호랑이 영역 표시 현장의 사진도 찍고, 크기를 재어보고, 엎드려 냄새도 맡아보면서 호랑이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을 조사했다.
특히 두 박사는 호랑이 서식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멧돼지 발자국들이 많이 발견되자 노트를 꺼내 뭔가를 열심히 적은 다음 알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고 임소장은 전했다.
그 동안 국내 호랑이 전문가들은 남한에 호랑이가 없다는 가장 큰 이유로 "먹이 사슬이 충분치 못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지난 해 2월부터 임씨가 3차례나 발견한 호랑이 발자국에 대해서도 국내 학자들은 대부분 "아닐 것"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러시아 극동지리학연구소에서는 틀림없다는 확인서까지 임씨에게 보내주었다.
11일 화천에서 서울로 돌아온 미켈, 피크노프박사는 한국 야생 호랑이의 생존 여부에 대해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두 박사는 임씨에게 "호랑이 촬영을 위해 설치한 카메라 수가 부족하다"며, "앞으로 한, 미, 러 3개국이 한국 야생 호랑이에 대해 더 많은 조사를 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