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상상력 키우는 사회를
기사입력 1999년 03월 11일 14시 59분
시중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같은 유명한 일본 만화 영화가 비디오 CD로 판매되고 있다.
정식으로 수입한 것인지 몰래 복사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말 자막이 깔려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수요가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본 것들은 모두 선과 악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대결을 낭만적으로 다룬 동화(童話)들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의 전개와 상세하고 섬세한 그림이 누가 봐도 쉽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 만했다.
이것은 메마르고 허탈한 생활로부터 탈출해 보고 싶어하는 현대인에게 다만 한 시간만이라도 시름을 잊게 만드는 동화였다.
슬픔과 기쁨, 미움과 사랑, 승리와 모험이 곁들여 있어 옛 동심을 되살리는데 부족함이 없는 그런 아련한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는 영화 같은 만화인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만화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만화 그림을 몇십만 장씩 그려 수출을 한다지만, 정작 우리가 만든 만화영화에서는 이런 품질을 볼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역시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이다.
프로가 없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는 빌 게이츠의 하이테크 창의력, 스티브 스필버그의 예술적인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런 창의력을 어디서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다.
스필버그는 어느 시상식에서,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상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스필버그는 그 상상의 나라에서 엄청난 명예와 부를 얻었다.
그런 그를 보면 상상력도 자산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은 물론 이를 북돋아 주는 사회 분위기가 더더욱 아쉽다.
어쨌거나 일본 만화를 보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은 상상력 외에도 감독이나 작가가 매우 세심하며 또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예민한 관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일상생활 면에서도 좀더 풍부한 문화 생활, 윤택한 정신의 삶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부러운 마음이 든다.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라곤 정채봉 씨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고작인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한층 더 아쉬워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시민들도 동화를 사랑하는 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영철(마리끌레르, 바자, 에스콰이어, 메종 그룹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