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 '배꼽잡는 황장군' 밤마다 웃음파티
기사입력 1999년 03월 08일 15시 33분
`은행나무 침대' `퇴마록' 등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 신현준을 보면 왠지 평소에도 `폼을 잔뜩 잡을 것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그는 `너무나 재미있는 성격'이다.
영화계에서 입담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박중훈도 신현준 앞에만 서면 `조용한 남자'가 된다. 쉴 새 없이 말하면서 상대방이 지루하지 않게 계속 웃겨주는 게 신현준 입담의 진수다.
신현준이 사석에서 제일 자주 만나는 사람은 박중훈과 강제규 감독이다.
신현준과 박중훈은 서울 압구정동 심플이란 카페에서 자주 만나는데 "중훈이 형, 이런 영화를 만들면 어떨것 같아?"라면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 6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신현준은 "박중훈 선배가 안성기 선배를 정신적으로 의지하듯이 나도 중훈이형이 있어 듬직하다"고 말한다.
강제규 감독과는 `은행나무 침대'를 하면서 의기투합했다. 강감독과는 술자리도 자주 하는 편인데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에 게임으로 워밍업을 한다.
이들이 자주 하는 게임은 구구단 외기. TV프로그램에서 "구구단을 외자…"하면서 시작하는 구구단 게임이 유행했지만 신현준은 이보다 더 단순한 구구단 게임을 즐긴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이일은 이, 이이는 사, 이삼은 육…"하면서 차례로 돌아가다가 틀린 사람이 술을 먹는 것.
이렇게 단순한 게임에 틀리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술먹고 구구단 게임을 하다보면 3단을 채 넘기기도 전에 틀리는 사람이 꼭 나온단다.
또 `삼육구 게임'도 있는데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1부터 숫자를 말해나가면서 3,6,9가 들어가는 숫자가 돌아올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경기다. 이 경기 역시 단순하지만 만만한 게임이 아니란 게 신현준의 주장.
게임을 하면서 취기가 오르면 신현준은 본격적인 가무에 들어간다. 덜 취하면 컬트의 `너를 품에 안으면'을 샤우트 창법으로 부르지만, 더 취하면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를 막춤을 추면서 부르며 망가진다.
신현준이 이처럼 남자형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은 집안에서 외아들이어서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신현준도 고독을 씹을 때가 있다. 혼자 있을 때 신현준은 애완견 `사오정'과 한강변을 산책한다. `사오정'은 러시아에서 TV드라마 `백야 3.98'을 촬영할 때 사온 것. 최근엔 사오정이 주인 허락없이 밖에 나갔다가 달마시안과 교미해 혼혈 강아지를 낳았는데 "모성애가 살벌하다(대단하다)"는 게 신현준의 설명.
신현준이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리며 재롱을 떠는' 사오정과 놀 때면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 이미지는 눈씻고 봐도 발견할 수 없다.
[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