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배드씽] 결혼식 앞둔 총각의 예기치 못한 사건
기사입력 1999년 03월 08일 15시 33분
할리우드의 요정 카메론 디아즈와 개성파 배우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광기넘친 연기를 펼친 화제작 `베리 배드 씽'(넘Very Bad Thing)이 국내팬들을 유혹한다.(13일 명보극장)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비열한 본능, 잔혹한 욕망을 블랙코미디 터치로 그려낸 `베리 배드 씽'은 제명 그대로 `가장 나쁜 일'이 숨쉴 틈 없이 펼쳐지는 게 특징.
카메론 디아즈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총각으로서의 마지막 자유의 밤을 만끽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총각파티를 떠난 예비신랑과 그의 친구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연속적으로 휘말린다.
술과 마약에 취해 끌어들인 동양계 스트립걸과의 격렬한 섹스도중 그만 스트립걸이 벽걸이 뒷머리를 찔려 죽으면서 상황은 연속적으로 꼬여든다.
당황하는 친구들을 진정시킨 크리스천 슬레이터는 시신을 사막에 묻기로 하는데, 이 와중에 호텔경비원까지 죽여 함께 매장하게 된다.
시나리오작가 겸 배우로도 활동하는 피터 버그 감독은 마치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감독과 경쟁하듯 `잔혹하면서도 코믹한 장면'들을 화면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얼떨결에 죽인 두 사람의 시신을 묻기로 한 뒤, 삽과 전기톱 등을 저마다 손에 든 이들이 수퍼마켓에서 느린 모습으로 걸어나오는 장면은 마피아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
토막시신이라도 따로 수습해야 한다며 고집하는 유태계 친구가 있는가하면, 라스베가스에서의 기억을 못잊어 악몽에 시달리는 형제도 있다. 또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카메론 디아즈는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오직 화려한 결혼식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다.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인물들.
서로를 의심해 죽고 죽이다 살아남은 몇몇이 휠체어에 앉아있고, 거의 미쳐버린 카메론 디아즈가 길거리로 뛰쳐나가 울부짖는 마지막 장면이야말로 `베리 배드 씽'을 실감나게 한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