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뽑은영화] 강제규감독 -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기사입력 1999년 03월 08일 15시 33분
지금까지 영화일을 하는 동안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을 하나만 선택하라면 나는 알란 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78년)를 꼽는다.
국내에선 비디오로 먼저 출시되고, 한참 후에 극장에서 개봉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작품인데 나는 대학교 2학년때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야말로 가장 `영화다운 영화'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매체로 표현할 수 없는 영화만이 갖고 있는 힘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커트의 흐름, 촬영, 조명, 편집, 액팅 등 모든 분야에서 이 영화는 나의 텍스트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마약을 몸속에 숨겨들어오던 한 청년이 터키에서 체포되고, 오랜 감옥생활을 하다가 탈출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쉬운 내용을 그토록 강렬한 영상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형식미와 표현기법에서 완벽한 영화였다.
그 당시 나는 운좋게도 `노커트' 테이프를 보게 됐는데 남자주인공이 애인이 면회를 왔을 때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은 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욕정을 표현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영화지망생들에겐 극초반부 주인공이 체포되는 시퀀스도 면밀히 분석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제규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