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청춘의덫'] 예전 인기마저 리메이크
기사입력 1999년 02월 28일 14시 59분
SBS TV 드라마 스페셜 '청춘의 덫'(극본 김수현, 연출 정세호)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올라 화제다.
21년전 MBC를 통해 방영되다 '내용이 안방용으로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여론의 도마에 올라 대미를 장식하지 못했던 '청춘의 덫'.
당시 열연했던 주인공들의 감회를 들어봤다.
이효춘(윤희 역):"작가가 툭하면 꾸짖곤 하여 그때마다 화장실로 달려가 울었다. 연기가 모자라면 작가의 무서운 질책이 뒤따랐다. 그때 작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것 같다. '여자 연기자는 눈물을 흘려야 연기가 는다'는. 과연 '청춘의 덫'은 내 연기인생의 분수령이 되었다. 요즘 후배 심은하의 열연이 훌륭하다. 당시 윤희의 헤어스타일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대유행하기도 했다."
이정길(동우 역):"인륜을 저버린 동우라는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맹연습을 했다. 연극연습하듯 연기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던 드라마다. 동우 역을 하면서 여자들한테 엄청 욕 먹었다. 길을 걷다 돌까지 맞은 적도 있으니까. 후배 이종원의 '앞날'이 걱정된다."
김영애(영주 역):"당시의 영주는 발랄하고 이지적인 여자였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신세대 여성이다. 그때는 요즘처럼 전문 코디네이터가 없던 시절이라 부잣집 딸 분장을 직접 하느라 애를 먹곤 했다. 의상 조달비도 장난이 아니었다."
박근형(영국 역):"영국 역은 '백마 탄 왕자'였다. 재벌가의 후계자에, 밉지 않을 정도의 '귀여운' 바람기에. 여성들 사이에 인기 최고였다. 요즘의 H.O.T 못지 않은 인기였다. 작가의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윤희가 '나는 결점이 많은 여자'라고 하면 영국은 '사랑은 모든 결점을 덮어준다'고 말하곤 했다."
이종한 CP의 말:"'청춘의 덫'이 방영되던 시절 나는 군복무중이었다.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였던지 휴가를 다녀온 동료들이 얘기를 할 정도였다.
예전 작품과 리메이크 작품은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예전에는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배신이 이야기의 대강을 이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 가난하지만 정이 넘치는 윤희의 집안, 돈은 많지만 삭막한 영주의 집안을 비교해보라.
인물 캐릭터도 예전에는 정형화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나름대로 어떤 당위성을 갖고 있다. 일례로 동우는 가난한 집안 출신인데, 그의 동물적인 출세욕도 이해하려 들면 '저럴 수도 있겠다'는 심정이 된다."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