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환상의 스타트 뛰는야구 선봉
기사입력 1999년 02월 22일 14시 35분
주니치의 `폭풍' 이종범（29）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종범은 지난 21일 오키나와 차탄구장서 열린 청백전에서 톱타자로 나가 시즌 첫 도루와 함께 3타수 1안타 1득점의 맹활약을 하며 2년 연속 주니치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뛰는 야구'의 시범을 보였다.
올시즌 목표인 3할 타율, 20홈런, 50도루의 시동을 건 셈이다.
무엇보다 첫 도루의 의미는 컸다.
왼손 투수 야마모토와 포수 나카무라의 황금콤비도 이종범의 빠른 발을 이겨내지 못했다.
야마모토는 작년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9승9패를 올린 `좌완 에이스'이고, 나카무라는 강한 어깨와 순간 판단력이 뛰어난 주니치 최고의 `안방 마님'.
이종범은 1회 선발 야마모토에게 삼진을 당한뒤 2회 2사후 깨끗한 좌전안타에 이어 2번 구지 타석때 기다렸다는듯 2루를 훔쳤다.
나카무라는 힘차게 공을 뿌렸지만 이종범은 한쪽 다리를 접은채 미끄러지며 여유있게 세이프.
덕아웃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고 이종범의 대시를 잔뜩 기대하던 호시노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견제사를 피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왼발에 둔채 리드를 벌려나가는 요령과 투수의 동작에 맞춰 동물적으로 스타트를 끊는 감각은 여전했다.
오른 팔꿈치 골절상으로 고전했던 작년에는 67경기서 18도루.
전체（136경기）의 절반 정도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요코하마의 이시이（39개）에 이어 센트럴리그 2위에 올랐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전경기를 뛰었을 경우엔 최소 36도루로 부상만 없었다면 도루왕 타이틀도 넘볼 수 있었다.
한국보다 투수들의 견제동작이 정교해 무리하게 많은 목표를 정하기는 힘들지만 45∼50도루면 정상 등극의 안정권이다.
지난 94년 해태에서 한시즌 도루 신기록（84개）을 작성했던 이종범은 "화끈한 베이스러닝으로 팀의 리그 우승을 돕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나고야＝양정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