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드렁큰타이거'] '본고장 힙합의 진수보이겠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99년 새해. 드렁큰 타이거는 한국 가요계에 화두를 던졌다. 힙합. 막연히 랩, 브레이크 댄스, 힙합바지 등 그저 `유행'으로나 정착된 한국의 `힙합문화'에 대한 도전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힙합은 음반 제작자들에 의해 엉뚱하게 이끌려 왔다. 랩 잘하는 친구들은 많지만 `그렇게 만들어선 팔리지 않는다'는 제작자들 때문에 어정쩡한 댄스뮤직을 양산하는데 그쳤다"는게 이들의 지적.

세상에 대한 도전정신은 데뷔곡 `난 널 원해'의 뮤직비디오를 세번이나 다시 찍게 했다.

첫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청량리의 창녀촌. 케이블TV를 통해 두어번 나가자 `당연히' 방송불가 판정이 나왔다.

"그럼 영화 `프리티 우먼'은 틀어도 되나요? 미국도 창녀촌 있고, 한국도 창녀촌 있어요. 그런데 왜 우리는 없는척 하는거죠?"

그렇다고 이들을 철없이 미국만 아는 겉만 노랗고 속 하얀 바나나들로 보면 곤란하다. 랩을 시작한 것도 "랩으로 다른 민족들을 꺾어 보겠다"는 한국인의 자존심 때문.

93년 LA 흑인 폭동때도 흑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랩을 만들면 한국인을 옹호하는 랩으로 맞섰다.

두 멤버, 타이거 J.K와 DJ 샤인은 똑같은 74년 6월11일생. "원래 태어나서 함께 음악을 하게 돼 있었던 모양"이라며 웃는다.

취한 호랑이(Drunken Tiger)라는 이름에서 호랑이는 두 범띠 멤버와 한국 민족을 상징한다.

"술에 취한게 아니라 힙합에 취한 겁니다. 힙합은 흑인 노예들이 주인 몰래하던 `중얼거림'의 연장선상에 있죠. 모든 소수민족에게는 힙합 정신이 깃들어있다고 봐요."

LA에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샤인은 래퍼들의 비기(秘器)인 휴먼 비트 박스(기계를 쓰지 않고 마이크와 사람의 몸만으로 박자를 만들어내는 것)의 대가.

"미국에서 계속 활동했으면 우린 그냥 미국의 아시안 래퍼일뿐이죠. 대신 한국에서 힘을 받아야 `한국 출신으로 LA에서 뛰는 래퍼'가 되는 거잖아요."

이들의 첫번째 목표는 `국내의 힙합 세력을 하나로 묶는' 것. "좋아하는 그룹 때문에 팬들이 서로 싸운다는게 있을수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힙합이란 이름으로 다들 친구가 될수 있다는 강한 외침이다.

[송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