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현미경 시스템'의 경연장
기사입력 1999년 01월 19일 13시 44분
일본 프로야구를 흔히 `현미경 야구'라고 한다.
비디오 카메라, 모니터, 펜 컴퓨터 등 첨단 기자재에다 전문인력이 대거 투입돼 정밀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주니치 선동열은 지난 96년 일본에 처음 진출했을 때 일본의 첨단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례1＝선동열의 피칭폼과 공을 쥔 손을 비디오로 여러 방향에서 찍고, 이를 잘게 나눠 편집해 느린 화면과 정지 동작으로 분석했다.
글러브의 위치와 손목의 비틀림, 키킹의 높낮이 차이, 사인을 받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자질구레한 습관에서 구질이 들통났다.
▲사례2＝트레이닝 및 물리치료, 체력측정 부문에서도 첨단장비와 고급인력이 즐비하지만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 97년 주니치가 나고야돔을 지었을 때 인조잔디에는 정전기가 흘러 선수들의 건강과 운동신경을 해친다고 한다.
이때문에 정전기를 방지하는 자석 목걸이와 팔찌가 선수들 사이에 퍼져 전원이 착용했다.
또 붙이면 타박상 등 통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매직 테이프'는 심한 운동을 하더라도 떨어지거나 늘어지는 법이 없다.
▲사례3＝`과학야구'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작년 퍼시픽리그 공동 3위를 차지한 다이에 호크스의 스파이 행위가 일본 프로야구의 스포츠맨십에 먹칠을 했다.
후쿠오카돔 외야펜스에 포수의 사인을 잡을 수 있는 고성능 망원 카메라를 숨겨둔 다이에는 선수대기실 모니터를 통해 타자들이 상대 배터리의 사인과 투수의 구질을 훔쳤다.
사장이 스파이 행위를 시인한 데다 요시나가 오미치 야나기타 등 선수이름까지 드러나 제재가 불가피해졌다.
`첨단야구'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기술'만 있고 `인간미'가 빠진다면 `스파이 사건'에서 보듯 스포츠 본연의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이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