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박용오총재 - 야구살리기에 온힘
기사입력 1999년 01월 11일 14시 17분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총재에겐 하루해가 짧다.
두산그룹 회장으로서 `경제 살리기'에 매달려야 하고, 프로야구 총수로서 `야구 살리기'에도 온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상 첫 자율 총재인 박총재는 요즘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개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야구 행정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 흑자 재정의 밑거름을 만들면서 21세기의 중흥을 이끌겠다"고 밝힌 박용오총재.
기묘년이 밝은뒤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기꺼이 본지 하일성해설위원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하일성(이하 하)＝취임후 짧은 기간 동안 양대리그제와 자유계약선수(FA)의 허용 등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꾸고 있는데.
▲박용오총재(이하 박)＝야구 활성화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540만명이었던 관중이 해마다 격감하고 있다.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다. FA는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고 우수선수들이 국내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기 위해 도입했다.
▲하＝월드컵 열기와 함께 떠난 팬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관중 증대 방안은.
▲박＝야구 팬들은 현재 물밑에 가라앉았을 뿐이다. 일본도 J리그가 탄생했을때 야구팬이 10% 정도 떨어졌지만 곧바로 정상을 되찾았다.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고, 저변확대를 위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라 골목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전국의 둔치에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 테니스장은 있어도 야구장은 없다. 서울시장에게도 둔치에 야구장을 만들자고 건의해 놓았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야구장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겠다.
▲하＝쌍방울 문제의 해결책이 있다면.
▲박＝참 어려운 문제다. 삼성과의 현금트레이드를 승인한 것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쌍방울 구단주의 뜻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다시는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쌍방울이 재정적으로 회생하지 못하거나 이행 각서대로 전반기에 3할대 승률을 지키지 못하면 특단의 조치를 내릴 것이다. 삼성, 현대의 돈을 앞세운 스카우트 역시 더이상 없어야 한다.
▲하＝전경련 회원중 프로야구에 참여할 대기업은.
▲박＝경기가 좋을 때 1∼2개 기업에서 기존팀의 인수나 신생팀의 창단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워낙 기업 환경이 어려워 조용한 상태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올라가고 경제가 좋아지면 희망 기업이 생기리라 믿는다.
▲하＝선수노조에 대한 견해는.
▲박＝구단의 적자가 계속되는 한 곤란하다. 미국, 일본과 모든 환경이 다르다. 지금 선수노조를 만들겠다면 기업은 모두 손을 들게 된다. 먼저 침체된 야구를 살려야 한다.
▲하＝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프로_아마 드림팀이 우승을 따냈다. 21세기엔 프로와 아마의 공존이 또다른 과제인데.
▲박＝서로의 간격을 좁혀 나가야 한다. 현금 지원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 글러브, 방망이 등을 아마팀에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현실적인 지원책이다. 리틀야구부터 사회인야구까지 저변이 확대될때 프로야구도 살 수 있다.
▲하＝야구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그동안 KBO, 구단, 선수가 똑같이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이젠 왜 팬들이 멀어졌는지,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는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리＝이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