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사랑 버림받고 악녀로 '복수의 덫 놓는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11일 14시 17분
심은하가 SBS TV 김수현의 리메이크드라마 `청춘의 덫'(2월초 방송)을 하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이전 작품이 78년 MBC TV에서 주말극으로 방송됐으면 심은하가 7살때인데 웬 뚱딴지같은 얘긴가 하겠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다.
당시 이정길, 이효춘, 박근형, 김영애가 쌍을 이룬 물고물린 남녀 4각의 멜로드라마는 어른한테만 인기있었던게 아니라, 일곱살 심은하에게도 인기있었다.
심은하는 이때 드라마를 보고 바로 밑 여동생 `반야'를 엎어놓고 `혜림아 혜림아' 하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당시 드라마속에서 이정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와 낳은 딸 혜림이를 두고 울부짖는 이효춘의 흉내다.
말이 늦어 초등학교 1학년때도 더듬더듬거렸는데, 드라마대사는 어찌 그리 잘 하던지 어머니가 놀랐다는 회고다.
"저는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데, 어머니가 그랬다고 해요. 그때 동생 엎어놓고 어른대사를 중얼거리는 제 모습이 징그러워서 어머니가 저를 많이 때렸대요."
그러니까 심은하는 같은 역할을 21년만에 재현하게되는 셈. 아이까지 낳고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남자(이종원)에게 배신당하고, 이를 철저하게 복수하는 스토리라인에서 심은하은 당연히 천사와 요부, 두가지를 연기해야한다.
청룡상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터라 역할연기에 대한 걱정은 없는데, 정세호PD를 속썩여드려 걱정이다.
출연중인 영화 `이재수란'(박광수 감독)의 촬영이 자꾸 지연되고 있기 때문.
지난 2일 제주도로 내려간 심은하는 최근 연 3일 촬영을 못하고 함덕 숙소에서 애만 태웠다. 바람불고 하늘이 궂은 천재지변때문에 촬영이 올스톱된 것. 그 틈에 심은하는 제주도 사투리를 숙소 아줌마들에게 배웠다.
20세기초 제주민란을 소재로 한 `이재수란'에서 심은하는 이재수(이정재)의 여자 `일숙화'역. 사투리를 배우는 건 좋지만, 심은하는 여기서 해녀역을 해내야한다. 깊은 잠수는 대역을 쓰겠지만 웬만한 자맥질은 직접 한다. 당시 시대상에 맞춰 해녀복은 커녕 얇은 광목쪼가리를 입고 입수해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걱정없어요. 작년에 `백야 3.98'때문에 러시아 추위도 세번 겪었는데요 뭘."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옆 동물원'으로 `미모'를 버리고 `진짜 미모'를 얻은 연기자 심은하의 각오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