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씨] 긴 침묵 깨고 '안'에서 '밖'을 꿈꾼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03일 14시 30분
시인 황지우씨(46)가 긴 침묵을 깨고, 두툼한 새 시집을 냈다.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주점)에 앉아있을 거다'(문학과 지성사). `게눈 속의 연꽃' 이후의 90년대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기말. 그는 자꾸만 `바깥'을 기웃거린다. 안에서 밖을 꿈꾼다. 여전히 아프고 쓸쓸한 현실. 어떻게 할 것인가.
시인은 `아아, 옛날에 내 노래를 들어주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탄식하며, 차라리 `다시 탄압이나 받았으면!' 하고 중얼거려 본다. 위안이 될 리 없다.
`아직은 바깥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발돋움으로 먼데를 본다. 그 곳에 인도가 있다. `삶을 한번쯤 되물릴 수 있는 그곳/…/영원한 바깥을 열어주는 문/이 있는' 나라. 종교에 마음을 기댄다.
그러나 그는 `밖'을 열망하되, `안'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알고 간다면/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라고 노래한다. `우리, 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고 권하기도 한다.
안과 밖, 이곳과 그곳이 겹을 이뤄 공존한다. 대조적인 것들이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한다. 시인은 경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