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김희중 9단●최규병 8단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2분
제6보(87∼100)＝국면의 흐름은 실로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본국은 보여주고 있다.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국면의 주도권은 계속해서 백이 쥐고 있었다. 그런데 전보에서 백은 좌변을 최대한 키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뒤 급속히 퇴조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흑 87이 백의 폐부를 찌르는 일격. 흑으로선 애초부터 노리던 곳인데, 상황이 무르익은 현재 백에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졸지에 위기를 맞은 백이지만 여기서 백은 더욱 냉정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백 88로 끊는 김 9단의 숨결은 가쁘다.
이미 냉정함을 잃은 지 오래며 오히려 흥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백 88은 최강의 역습. 수세를 역공으로 만회해 보자는 승부사다운 발상이지만 좋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참고도 1] 백 1로 국면을 진정 시키고 5까지 처리하는 것이 무난했다. 아마 이창호 9단 같았으면 이런 양보가 그려졌을 지 모르겠지만 김 9단의 눈엔 패배보다도 더 싫었을 지 모른다.
흑 93 때가 백으로선 마지막 기회. 지금이라도 [참고도 2] 백 1로 물러서고 흑 2를 허용해야 했다.
그리고 7까지 모양을 잡아 계속 좌중앙 흑말에 압박을 가했으면 흑도 만만치 않았을 것.
백은 이미 내친걸음이라 판단했는지 100까지 노타임으로 응수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보에서 밝혀지지만 백엔 중대한 수읽기 착오가 있었다. 즉 다음 백 `가 ', `나'의 끊음이 맞보기로 충분히 타개가 가능하다고 본 백이건만 그 수읽기에 오류가 있었다. 어떤 오류인지 다음 회에서 살펴보자.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