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서글픈 '사랑의 착각'
기사입력 1998년 05월 21일 14시 21분
갑돌이와 갑순이.
그들의 야글 들으면 아름다운 한편 애절한 생각이 드는데 다른 한편으론 답답한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한날 한시에 결혼을 해서 같은 호텔로 신혼여행을 간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갑돌이는 901호에서 갑순이는 902호에서 서로 벽을 보며 자야했으니….
이 남+녀의 경우는 어떤가?
나, 남자 "난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구 있어요.
아침에 그녀는 꼭 사탕처럼 향내 나는 커피를 마셔요.
그녀는 화요일에 화장을 진하게 하고 목요일엔 목욕을 진하게 하죠.
그녀는 말하기 전에 으… 응… 하면서 약간 더듬는 버릇이 있어요.
그녀는 나랑 같은 도서실에 앉아서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창만 보죠.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 받으면 그냥 웃기만 하지요.
그녀 집은 밤 10시에 불을 끄죠.
그녀와 밤 늦은 시간에 통화를 하고픈 건 그저 내 맘일뿐입니다.
그녀는 바지보다 치마를 좋아 하는데 연분홍색을 입어요.
그녀는 반가운 이름을 부를땐 주주클럽처럼 목소리가 약간 뒤집어져요.
그녀는 지금 도서관 뒷자리에서 뭔가를 쓰고 있는데 일기를 쓰구있죠.
아,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아요!!"
나, 여자(그녀) "그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매일 아침 뽑는 컵커피가 그를 위한 것인지도 몰라요.
화장을 예쁘게 하는 화요일과 인체의 대청소인 대목욕을 하는 목요일에 그와 함께 수업을 받는다는 것도 모른다니까요.
정선희보다 더 빨리 말을 하는 내가 그와 마주치면 절로 더듬으며 목소리가 주다인(주주클럽 보컬)처럼 뒤집어진다는 것도 몰라요.
내가 싫은 일을 부탁 받을 때 그냥 웃는 것도, 사실은 긍정인데… 몰라요. 나는 창을 보구 있지만 창에 비치는 그를 보구 있고, 밤 10시 이후에도 그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구 있죠.
그는 연분홍색 치마를 특히 좋아하죠. 난 사실 바지를 좋아하는데.
그는 내가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수도 없이 쓰고 있는 것을 모를거예요.
그리고 그는… 아,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