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23)광란의 도가니
기사입력 1998년 05월 19일 15시 19분
파푸아 뉴기니는 1930년까지만 해도 `미지의 땅'이었다.
흑독한 고온 다습의 열기를 내뿜는 저지대에서 사납게 흐르는 강물은 인간의 접근을 거부했다.
1989년에도 해발 4천@ 이상의 중앙 고산지대에서 인구 2천여명의 새로운 부족이 탐험대에 의해 발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곳 원주민들의 식인 풍습은 다른 나라의 식인족과는 차원이 달랐다.
열대 밀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부의 적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식인 풍습이 생긴 것이 아니라, 이곳 원주민들에게 식인 풍습은 일종의 주술적인 전통 행사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은 육체를 씨족끼리 나눠서 몸에 간직하기 위한 경건한 의식의 하나였던 것이다.
덥고 먼지가 많은 도시 포트 모르즈비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재래시장은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전통 의상을 입고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 특별한 일거리도 없이 빈둥거리는 반나체의 젊은이들, 얼굴에 괴이한 문신을 하거나 앞가슴을 그대로 드러낸 아낙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갖가지 채소와 과일, 돼지 등 가축을 사고파는 이곳 재래시장의 `몬도가네'는 대나무로 에 묶어서 식용 쥐. 대나무 줄기에 묶여있는 식용 쥐를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럽다.
먹고 마시고 춤추고 즐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곳 원주민들은 해가 저물면 더욱 활기를 찾는다.
특히 금요일 밤은 늘 흥청거린다. 서로 어울려 술을 마시며 시끄럽고 격렬하게 밤을 보내기 때문에 사고도 잦은 편이다.
특히 독립기념일인 9월 16일을 전후로 열리는 `싱싱축제'는 원주민들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만든다.
각 지방에서 올라온 부족들이 저마다 고유의 복장을 입고 1주일 동안 열광적인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이 기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그저 춤과 노래로 무아경에 빠진다.
`정글 특전대'처럼 검은 베레모를 쓰고 창과 방패를 든 남자들은 화려한 색깔로 얼굴 화장을 하고, 몸에는 각종 장식을 걸어 부족의 위엄을 과시하기도 한다.
여자들은 남녀 평등을 부르짖듯이(?) 앞가슴을 드러낸 채 아랫도리만 가린 차림으로 뜨겁게 춤을 춘다.
옛날 전쟁터에서 용맹을 떨쳤던 전사들의 몸놀림을 재현하는 것으로 싱싱축제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울긋불긋하게 치장한 이들의 역동적인 춤을 구경하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와 원시를 오가는 기분에 젖어든다.
[다음은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연방 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