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브라운] 2류배우 내세워 세상 풍자
기사입력 1998년 05월 15일 16시 12분
타란티노의 색깔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세상을 향한 냉소도 여전하고, 갱스터들이 어슬렁거리는 것도 그대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의 경우처럼 붉은 피로 범벅되는 `피의 미학'을 자제했다는 점 정도.
그러나 타란티노의 자신감은 이미 오래전에 전성기를 지난 배우들, 70년대 `블랙엑스프로이테이션'(Blackxploitation_흑인관객들을 겨냥해 흑인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글래머걸로 활약했던 팜 그리어와 30여년 동안 B급영화에 출연해온 로버트 포스터를 주연으로 기용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오히려 스타급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와 브리지트 폰다를 다소 멍청한 캐릭터로 그려놓아 웃음을 짓게 만든다.
멕시코와 미국을 운항하는 민항기 승무원인 재키 브라운(팜 그리어)은 무기밀매상인 오델(사무엘 잭슨)의 불법자금을 밀반입시켜주다가 특별수사관 레이(마이클 키튼)에게 체포된다.
레이는 재키를 통해 오델의 무기밀매 증거를 찾으려하고, 오델은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재키를 제거하려 한다.
그러나 재키는 레이와 오델 등 양쪽을 교묘하게 이용해가며 치밀한 `사기'를 펼친다.
타란티노의 천재적인 시나리오 구성력이 단연 압권. 아카데미상에서 각색상을 받았던 `LA컨피덴셜'보다 한 수 위다.(16일 서울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