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조 스트롱 '내 앞에선 욕하지 마세요'
기사입력 1998년 05월 13일 15시 12분
★…`실수하지 마세요.'
현대 선수단을 방문하는 외부인 수칙 제1호는 `조 스트롱 앞에선 절대 욕하지 말 것'이다.
한국말을 귀신같이 잘 알아 듣는다.
이 사실을 모른채 흉이라도 볼라치면 족집게처럼 집어내 무안을 준다.
지난 1월6일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한국땅을 밟은데다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외향적 성격탓에 한국어를 금새 익혔다.
"밥 더 주세요.", "너무 비싸요.", "야, 잘한다" 등 자기 앞가림용 회화는 능숙하게 구사한다.
또박또박 어법에 맞을 뿐더러 발음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야구장에 들어서면 언어의 장벽은 완전히 무너진다.
지난 9일 잠실 OB전.
9회 조 스트롱이 연속안타로 위기를 맞자 김재박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굳은 표정의 김감독과 조 스트롱은 30초간 열심히 대화를 나눴다.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경기후 조 스트롱과 김감독에게 확인을 해본 결과, 군말 하나 붙지 않고 두사람으로부터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져도 좋으니 마음 편히 던져라."
김감독의 지원에 힘을 얻은 스트롱은 다음타자를 내야땅볼로 처리, 구원승을 따냈다.
김감독은 "영어라곤 1∼2마디 사용한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스트롱의 한국어 실력이 그저 놀랍다.
스트롱에게 그 비결을 물어봤더니 동문서답이다.
"나, 중국말도 잘 해요."
지난 90∼92년, 96년 총 4년간 대만 프로야구에서 뛴 덕에 TV보는 것이 문제없을 정도로 중국어가 술술 나온단다.
스트롱을 옆에 두고서는 `입조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