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도쿄돔의영웅] (중)잊을수없는 사람들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5시 01분
명문 거인군의 에이스, 강력한 신인왕 후보.
그러나 오늘의 조성민이 있기까지 그 혼자 힘으로 된게 아니었다.
성공한 이는 다 그렇지만 조성민에게도 `잊을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그를 그림자처럼 도와준 사람은 대리인인 손덕기씨（36）다.
조성민을 요미우리에서 스카우트할 때부터 깊숙히 관여했고, 입단해서는 요미우리 편성부 한국담당 과장으로 작년까지 2년간 근무했다.
2군 시절엔 가와사키의 합숙소에 같이 살면서 열한살이나 어린 그를 떠받들다시피 보살폈다.
지금은 구단을 떠났지만 계속 조성민을 돌보면서 일본 유일의 한국어 위성방송인 KNTV의 홍보부장이자 프로그램 및 광고제작회사 텔레워크의 국제사업부장, 요미우리의 한국 매스컴 담당으로 `1인4역'을 하고 있다.
손씨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조성민이 지난 2일 도쿄돔 야쿠르트전에서 첫 완봉승을 거뒀을 때.
완봉승도 좋았지만 히어로 인터뷰를 할 때 일본어로 척척 대답하는 것을 보고 "내가 떠나면서도 할일은 다하고 갔구나"라는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손씨는 구단내에서 눈이 동그랗다고 해서 `토끼'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작년 7월 조성민이 1군에 올라왔을 때 벤치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쳐 화제가 됐었다.
야구 은사도 물론 잊을수 없다.
먼저 신일중 장용남감독.
어머니가 공부하는 것을 원해 1학년때 야구를 한달간 그만뒀는데 집에 찾아와 야구를 `되찾게 해준' 분이다.
4년전 고인이 된 고려대 최남수감독은 조성민을 기술적으로 완성시켜준 스승이다.
일본에서는 역시 요미우리의 호리우치 코치와 올시즌부터 주니치로 팀을 옮긴 미야타 코치를 꼽는다.
호리우치 코치는 입단 첫해부터 조성민을 높이 평가하고 계속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미야타 코치는 첫해 일본야구를 알게 해주고 기초를 다져주었다.
팀선배인 투수 구와타는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서 함께 훈련했을 때 투구 요령을 가르쳐준 훌륭한 스승이었고, 지난 2월 호주 자율캠프에 동행하기도 했다.
"도와주신 분들이 너무 많지만 일일이 인사드릴 수 없어 큰일났네요. 모두 감사드려요. 물론 아버지（조주형씨）와 어머니（유영숙씨）께는 말할 나위가 없지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거인'이 된 조성민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삶을 살 것이다.
그래서 올시즌이 끝난 뒤 한국에 돌아가서는 선배 이종범 등과 상의해 불우이웃을 돕는 자선행사를 하거나 무료 어린이 야구교실을 열어 팬들에게 감사를 표할 계획이다.
[도야마＝이준성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