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사투(2)

기사입력 1998년 05월 11일 15시 01분



저택의 응접실 안이다.

"어떻게 여길."

"요원한테서 들었습니다."

부상을 한 일본정보국 요원이 말해준 것이다. 오후여서 마당의 야자수 그늘이 응접실 창문 위로 반쯤 덮여 있었다.

"어젯밤에 사고가 생겼어요. 가네다씨는 실종되었고 요원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긴장한 요시에를 향해 그가 말을 이었다.

"일본정보국은 CIA와 합동작전을 제의 했는데 아마 받아들여질것 같습니다."

요시에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듯 입을 열지 않았다.

저택에 남아있던 요원 한명은 오후가 되었을 때부터 모습을 감췄던 것이다.

"곧 CIA 요원들이 이곳에 올겁니다. 아마 뒷방에 갇혀있는 핫산과 모리스도 그들이 데려 가겠지요."

"그럼 저는요?"하고 물었다가 요시에는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스스로의 처지를 깨달은 것이다. 일본정보국이 CIA와 제휴했다면 자신의 입장은 애매해진다.

이미 일본이 손을 들었으니 주도권은 CIA로 넘어 갔고 개인의 기득권을 주장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난 CIA와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요시에씨도 CIA의 보호를 받는 것이 나을것 같은데요."

"…."

"상대는 하마니 뿐만이 아니오. 지난번 사막에서 우리가 잡았던 버트는 사드라고 불리는 무기상의 고용인입니다. CIA도 일본과 함께 이번에 그자한테 당했어요."

"절 데리러 오셨어요?"

문득 요시에가 묻자 이준석이 머리를 끄덕였다.

"CIA도 보호해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럼 저는 호텔방에나 앉아서 기다려야만 하겠지요?"

"이 일은 개인이 나서서 해결될 일이 아니오."

시선을 돌린 이준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 국가의 정보조직만으로도 힘이 부족한 실정이오."

한동안 이준석을 바라보던 요시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로 가지요?"

알렉산드리아 시내의 혼잡하고 떠들썩한 카페 안이다.

밖은 아직 햇살이 있었지만 카페 안은 어두워서 이미 전등을 켰다.

사드는 김이 빠진 맥주잔을 들고 있었는데 눈을 치켜뜬 험한 표정이었다.

"어젯밤 이집트 전투기 추락사건은 하마니의 짓이야. 그놈이 K_7의 위력을 시험한 거야."

그의 앞에 앉은 사내는 흰색 로브를 걸친 40대의 깡마른 체격이었다.

"트리폴리에 모하메드가 없다는 것은 확인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있지요."

주위의 소음이 컸으므로 사내가 탁자위로 바짝 몸을 붙였다.

그는 사드의 정보원이다.

"알렉산드리아는 리비아로부터 얼마든지 밀항해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항구를 떠나는 모든 배를 감시해라."

사드가 한마디 한마디를 힘주어 말했다.

"모하메드가 왔다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CIA가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그럴테지. 하지만 누가 먼저 하마니나 모하메드를 잡느냐에 승패가 난다."

사드는 다시 화가 나는듯 어금니를 물었다.

"그 빌어먹을 하마니 놈은 K-7장치를 우리에게도 쏘았다. 교활한 놈이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