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요부형 이미지는 가라'
기사입력 1998년 05월 07일 13시 45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탄 파리행 비행기. 그리고 2년.
영화 `송어'(박종원 감독-한맥 엔터테인먼트 제작)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이혜영은 "지금까진 연습게임이었다"고 단호히 말문을 연다.
"14년 동안 많은 작품을 했지만 딱 맞는 역은 별로 없었어요. 이제부터 시작이죠."
파리 생활이 그에게 던져 준 것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평범한 진리. 가지고 간 건 별나고 별난 배우 콤플렉스. 시장을 가도 선글라스를 써야하는 피곤함을 떨쳐버리는 법을 배웠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노천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몇시간씩 보곤 했다. 배우에게 관찰력은 큰 힘.
그러나 한국에선 엄두도 못냈던 것이다. 그때 얻은 자유가 그녀를 씩씩하게, 여유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붙어다니는 수식어가 불만이었어요. 이국적이라거나 요부형 연기자라거나. 귀국하면서 생각했어요. 따뜻함이 느껴지는, 어미 냄새 폴폴 나는 배우가 되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송어'는 그녀에게 기회인 동시에 큰 짐이다.
시골에서 양어장을 하는 친구의 집에 놀러간 두 부부가 겪는 악몽 같은 사건을 그린 스릴러 `송어'에서 그녀는 갈비집 여자 영숙으로 나온다. 속물 근성 가득한 인물로, 상처받기 쉬운 현대인의 단면을 보여주는 캐릭터.
"튀지않고 상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는 이혜영은 박종원 감독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심혜진, 황인성 등과도 처음 호흡을 맞추지만 어색한 새로움이 아니라 설렘으로 다가온다.
"악극 `눈물의 여왕' 공연할 때면 꼬마들이 탤런트 이혜영인지 알고 몰려왔다가 실망하고 가더라구요. 작품을 많이 해 얼굴 좀 알려야겠다"며 편하게 이야기하는 이혜영. 그에게 지난 2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껴진다.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