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과학연구원] 박사40명 최고학력 기네스축구팀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5시 02분
GK도 박사, 골잡이도 박사, 심판도 박사….
서울 태릉에 가면 참 대단한 축구팀이 하나 있다.
펠레나 마라도나도 감히 업신여기지 못할 `드림팀'.
바로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축구동호회다.
구성원 51명중 40명이 박사, 또는 예비박사라는 사실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한국 체육계를 좌지우지하는 `운동 박사'들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인 신동성박사（50）와 월드컵 지원팀의 윤성원（42）, 이동우박사（39）도 이 팀의 구성원이며 협회 기술위원이자 축구해설가인 이용수（40） 세종대교수도 여기 출신이다.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의 이론가들이면서 공도 잘 찬다.
작년에는 대관령조기축구회, 삼육대동호회 등과의 총 16차례 경기서 9승7패를 했다.
`박사팀'은 여러모로 별나다.
우선 `베스트 11'도 없고, 지정 포지션도 없다.
골게터로 김병현박사（45）가 나서기도 하고, 조성계박사（44）가 나서기도 한다.
GK 역시 선상규박사（44）가 맡을 때도 있고, 이한규박사（52）가 맡을 때도 있다.
동호회장인 최규정 박사（42）는 "이론을 다양하게 실천해 본다는 점에서 연구의 연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태릉선수촌에서 찬다.
30분씩 4피리어드로 나눠 뛰기도 하고, 한 팀에 15명씩 들어가 뛰기도 하고, 공 2개를 던져놓고 차기도 한다.
`박사님들'이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여느 축구팀과 다를 게 없다.
"어이, 김박사"라든가 "박박사님, 패스 좀 해요"라고 애써 점잔을 부리지 않는다.
그냥 "형, 패스해", "야, 띄워"다.
학창시절부터 `호형호제'해온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이다.
박사님들이 태릉의 숲속에 들어앉아 하는 일은 참 많다.
한국 체육발전을 위한 연구는 물론 종목별 대표팀의 자문에 응하기도 하고, 대표선수들의 재활훈련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월드컵팀의 선봉장 최용수가 슬럼프에 빠져도, 하석주가 무릎을 다쳐도 이들이 나선다.
결국 한국 스포츠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팀이나 선수들은 모두 이들에 의해 정신적, 육체적, 기술적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올림픽이다, 아시안게임이다 하여 굵직한 대회가 열릴 때마다 연구원쪽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들은 요즘들어 또다시 국민들의 시선을 느낀다.
98프랑스월드컵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월드컵팀을 뒷받침해 온 이들로서는 나름대로 긴장된 순간이기도 하다.
[최재성 기자]
◇구성원의 78％가 박사, 또는 예비박사인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축구동호회.
◇동호회장 최규정 박사（왼쪽）와 사무총장 이동우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