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선'강조한 동양철학에 흐르는 맵시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5시 02분
`패션과 동양철학의 만남.'
패션계에도 동양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담아내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차이나 칼라, 기모노 소매, 동양풍의 전통문양 등을 활용한 `오리엔탈리즘'이 전세계 패션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동양의 사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상들이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
이를 두고 패션계에선 `젠(Zen)의 물결'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말로 하면 `선'을 뜻한다.
`패션'이라고 하면 `화려함'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겐 정반대의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젠'으로, 입는 이의 내면까지를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지난달말 패션센터에서 열렸던 98/99 추동 S.F.A.A. 서울콜렉션에서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마치 백자를 감상할 때와 같은 단아한 느낌의 의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선 진태옥씨 이외에 홍미화 문영희씨 등이 젠의 느낌을 전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뿐만 아니라 기업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진도 브랜드 `리씨'에선 승려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내놓았다.
젠의 등장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요지 야마모토, 이세이 미야케, 질 샌더, 레이 카와쿠보, 미우치아 프라다, 드리스 반 노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도 앞다퉈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패션의 경향에 따라 세계무대에서 동양계 모델들의 활약상도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다. 또 지난번 S.F.A.A. 서울 콜렉션에서 인기를 끌었던 여고생 모델 장윤주양도 가장 동양적인 외모와 체형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경우.
동양철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패션계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가 "승려가 되겠다"고 선언, 세계를 놀라게했던 사건은 서양인의 동양사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안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