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스토리] 향수에 젖는 '올드팝 카페'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귀를 쫑긋 세워도 알아듣기 힘든 랩송이 유행하는 요즘.
요란스런 신세대에 밀려난 중년들이 서울 삼청동에 있는 `재즈스토리'에서 귀에 익은 팝송이나 포크송을 들으며 젊은 날의 추억에 잠기고 있다.
`재즈스토리'는 마돈나보다는 올리비아 뉴튼존이, 박진영보다는 이장희가 어울리는 올드팝송카페.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방방' 뜨는 음악은 한곡도 들을 수 없고 그나마 최신 가요도 잔잔한 포크송과 R＆B가 전부다.
주인 윤장수씨（43）는 "지난 95년 개업을 했을 때만해도 간판이름대로 재즈를 들려줬지만 IMF시대에 접어들며 실의에 빠진 중_장년들에게 `난해한 재즈'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과감히 `업종전환', 지난달부터 온통 70∼80년대의 흘러간 팝송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40∼50대의 손님이 하루 줄잡아 150여명에 이를 정도로 중년들의 `추억공간'으로 틀을 갖췄다.
단골손님인 LG패션의 신홍순 사장（57）은 "분위기가 편안해 자주 찾는다"면서 "올드팝송을 듣고 있으면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고 말했다.
카페의 `올드풍'은 음악만이 아니다.
실내 장식이나 소품, 심지어 가수까지 중년들의 향수를 젖게하는 `구식'이다.
빨간벽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한쪽 벽에는 박정희대통령의 사진이 `체력은 국력'이라는 휘호와 함께 걸려 있고 스피커도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마을 이장이 "동네사람들∼"하고 방송하던 `새마을 회관용'이다.
전화기도 다이얼이나 손으로 돌리는 `골동품'이고 음악도 흔한 CD가 아닌 LP로 틀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카페의 `명물'은 저녁시간 라이브 공연을 하는 허스키보이스의 가수 박광수씨（56）.
국내 보컬음악의 선구자인 신중현씨와 같이 일했던 박씨는 머리숱이 없어 `문어아저씨'로 통하지만 그가 닐다이아몬드의 `스위트캐롤라인'을 구성지게 부를 때는 시끌벅적하던 실내가 금세 조용해진다.
"엇비슷한 나이의 손님들이 제 노래를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고 있을 때가 가슴이 뿌듯해진다"는 박씨는 "세월이 갈수록 점점 왜소해지는 그들을 위해 좀더 편안한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