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위스퍼러] 마부와 유부녀의 '위험한 사랑'
기사입력 1998년 05월 05일 15시 08분
배우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감독중의 하나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또 한편의 서정영화를 만들어냈다.
`호스 위스퍼러'（The Horse Whisperer）. 정신적인 충격으로 사나워진 말을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치유해주는 조마사（調馬師）를 일컫는 용어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무대였던 미국 북서부 몬타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못잊는 듯 이 영화에서도 한폭의 풍경화와 같은 유려한 화면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그래선가, 로버트 레드포드는 80년 `보통사람들'을 시작으로 자신의 연출작에서는 단 한번도 출연하지 않았던 `불문율'도 깼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상대 여배우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를 선택했다. 지난해 여성관객들의 옷소매를 눈물로 적셨던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히로인이다.
이지적이면서도 퇴폐의 분위기를 지닌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이 영화에서도 로버트 레드포드와 뜨거운 눈빛으로 욕망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든다.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뉴욕의 유명잡지사의 편집장 애니. 성공 지상주의자인 애니는 어느날 딸 그레이스（스칼렛 요한슨）가 승마중 대형 트레일러에 받혔다는 사고소식을 접한다.
몸을 던져 그레이스를 구한 애마 필그림은 만신창이가 되고, 그레이스는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딸과 필그림의 끈끈한 관계를 깨달은 애니는 필그림을 안락사시키자는 남편（샘 닐）을 만류하고 `호스 위스퍼러'를 찾아 몬타나로 떠난다.
애니와 그레이스의 간곡한 부탁에 `호스 위스퍼러'인 톰（로버트 레드포드）는 절망적인 상태의 필그림을 치유하기로 하고, 애니와 그레이스는 몬타나에 머물며 그동안 소원했던 모녀간의 사랑을 회복한다.
한편 애니는 헌신적으로 필그림을 치유하는 톰에게도 사랑을 느끼게 된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톰과 애니의 사랑은 마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연상케 한다.
특히 몬타나로 찾아온 남편 앞에서 블루스를 추는 둘의 모습은 `섹스 없이도 얼마나 에로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
이때부터 사랑에 갈등하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내면연기가 빛을 발하고, 휴먼스토리를 날줄로 러브스토리를 씨줄로 엮어낸 로버트 레드포드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관객의 가슴을 흔든다.
국내개봉은 6월초 예정.
[뉴욕=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