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삶의현장] '지옥의 현장'이끄는 '두마녀'
기사입력 1998년 04월 30일 15시 19분
`걸리면 죽는다.'
KBS 2TV `체험! 삶의 현장'이 방송가의 지뢰밭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일단 출연했다 하면 현장 근로자들과 똑같이 강도높은 노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금배지'라고 봐주지 않는다.
울어도 소용없다.
죽으나 사나 기본 8시간은 채워야 한다.
그래서 `체험∼'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현장에서는 신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이 `공포의 프로'를 끌고가는 주요 제작진이 여자들이어서 더 놀랍다.
팀장인 프로듀서 이은미씨(40)와 작가 최은경씨(29).
어떻게 된 여자들이 손 한번 맞잡았다 하면 유명인사들을 반은 잡아놓는다.
출연자들의 노동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몇 컷 찍는 흉내 정도로 여겼다가는 정말 큰코 다친다.
이들 두 `마녀'가 있는 이상 어림도 없다.
게으름을 피우려고 들면 여지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는 딱 부러지게 말한다.
"자신없으면 카메라 앞에서 포기선언을 하세요."
지난달 16일 개그맨 서세원씨의 부인 서정희씨가 연탄공장에서 초주검이 돼 촬영 후 5일동안 통증클리닉에 다녔고, 개그우먼 조혜련씨는 작년 겨울 간판닦이로 나섰다가 목에 깁스를 하기도 했다.
이인제 국민신당 고문은 경기지사 시절 하수도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고, `신바람 건강학'의 황수관 박사는 진종일 분뇨와 씨름을 해야했다.
상대가 누구든 두 마녀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출연자 섭외는 최씨가 한다.
전략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같이 쏘기'.
"기생 뺨칠 정도로 아양을 떨고 선물공세를 펼쳐 승낙을 받은 뒤 사지(死地)로 보내죠."
사실 `체험∼'이 불우이웃돕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지체높은 국회의원이나 장관들도 쉽사리 출연제의를 거절하지는 못한다.
지휘는 이PD가 한다.
지휘라기 보다는 감독이다.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근로자들과 똑같이 돈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모질게 다그칩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력가라도 마녀들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
국회의원 임채정씨, 아나운서 정은아씨, 톱탤런트 최진실씨 등도 치를 떨고 갔다.
마녀들의 무기는 카메라다.
시작부터 끝까지 단 1분도 쉬지않고 출연자를 향해 돌려 한눈을 못팔게 한다.
지난 27일 전북 부안의 타조농장에 갔던 탤런트 권은아씨는 "카메라가 마치 총 같았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김상근 책임 프로듀서는 두 마녀의 충천해 있는 독기가 믿음직하기만 하다.
이제 가수 유승준과 농구스타 허재, 탤런트 임현식씨 등이 비지땀을 쏟을 차례다.
머잖아 마녀들의 손길이 김대중 대통령에게까지 뻗치지나 않을는지 모르겠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