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8)살인적 성인식
기사입력 1998년 04월 27일 14시 39분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 왼쪽에 있는 멘타와이(Mentawai) 군도에서 살고 있는 사게오니족은 서글프도록 왜소하고 깡마른 편이다.
이들은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톱니바퀴처럼 이를 뾰족하게 갈아서 `성인식'을 치르는 독특한 관습을 지니고 있다.
아직도 주술사의 영향력이 막강한 사게오니족이 살고 있는 멘타와이의 열대 정글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멘타와이엔 카누와 보트 외엔 별다른 교통 수단이 없었다.
시베루트섬에서 카누를 타고 두시간 남짓 강을 거슬러 올라간 뒤, 정글 트레킹에 들어갔다.
가이드와 포터의 도움을 받으며 하늘이 보이지 않는 열대 정글을 헤쳐나갔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늪지대도 통과하고, 통나무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며 6시간만에 우가이란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 날이 밝자마자 말라가삿으로 떠났다. 다섯가구 40여명의 사게오니족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인 말라가삿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
말라가삿의 중심지는 선임 주술사가 살고 있는 우마였다.
우마는 마을의 집회 장소이자 외지인들을 접대하는 사랑방 구실도 하는 곳이다.
필자 일행이 우마를 찾아가자, 선임 주술사이자 마을의 족장인 테우 마이라 노인이 반겨 맞았다.
그는 주술사 4명의 손톱과 머리카락을 조금씩 잘라 모으더니, `아일레레펫' 나뭇잎으로 싸서 우마 입구에 꽂아 놓았다.
이 의식은 주인과 손님의 영혼이 서로 만나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게오니족은 아일레레펫 잎사귀를 신주단지처럼 소중히 다룬다. 신체의 질병 뿐만 아니라 영혼의 고통을 치료하는데도 효험이 크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의 집들은 원두막 같았다. 지붕은 종려나무와 야자 잎을 촘촘하게 엮어놓았다.
저녁이 되자 우리 일행을 구경(?)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우마로 몰려왔다.
남자들은 빵나무 속줄기로 아랫도리를 겨우 가린 차림이었다. 그들은 나무 구슬을 엮어 만든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낸 여자들은 짧은 천조각으로 아랫도리를 감추긴 했으나, 속옷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게오니족의 집 구조는 발코니와 거실(주방 겸용)과 뒷방으로 구분돼 있으나, 간막이가 없이 뚫려 있기 때문에 가족 개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받지 못한다.
부부간이라도 식구들의 눈을 의식해 함께 누워 자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부부 관계는 어떻게 가질까?
[계속]
▲멘타와이 가는 길
멘타와이군도는 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소수 부족인 사게오니족이 살고 있는 시베루트(Siberut)섬은 멘타와이군도 중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제주도보다 2.5배나 크다.
서울에서 멘타와이군도로 가려면 항공편으로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를 거쳐 수마트라의 파당(Padang)까지 들어간다.
파당에서 시베루트섬까지는 1주일에 3회(월 목 토) 연락선이 다닌다. 운항시간은 9∼12시간이 걸리며, 요금은 우리 돈으로 7천원 정도.
그러나 풍랑이 치거나, 정비를 하기 위해 연락선(목선)이 수시로 결항하기 때문에 여유있게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전형적인 멘타와이 원주민인 사게오니족 남자. 정글의 독충을 퇴치하기 위해 이들은 늘상 담배를 물고 다닌다.
등나무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어깨엔 별모양의 문신을 한 사게오니족 주술사.
사게오니족의 주식은 사고나무의 속살이다. 전엔 멧돼지 원숭이 등을 잡아 영양 보충을 했으나, 요즘은 야생동물이 줄어들어 사냥도 여의치 않다. 거실겸 주방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식사를 준비하는 사게오니족 어린이.